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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에 예배당 매각한 뒷감당은 인근 교회들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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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에 예배당 매각한 뒷감당은 인근 교회들 몫
  • 정윤석
  • 승인 2010.06.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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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랑교회터에 안증회 들어선 인천 신흥동…"영적 비상사태"

인천 신흥동 4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던 건물이 있었다. 우뚝 세워 놓은 십자가, 하늘을 향해 치솟은 ‘큰사랑교회’였다. 그러나 지금 큰사랑교회는 이곳에 없다.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안상홍 증인회(안증회), ‘하나님의 교회’라는 건물이 교회가 있던 자리에 대신 들어서 있다. 큰사랑교회가 교회 건물을 103억원에 안증회측에 매도했기 때문이다.

안증회가 들어선 자리의 반경 1km내에 위치한 교회들은 어떤 상황일까?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큰사랑교회가 안증회에 건물을 넘기고 떠난 후 영적 전쟁 중에 있는 현장의 교회들을 2010년 6월 10일 찾아보았다.

기자가 안증회 건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A교회에 들어섰다. 지하교회인 A교회에서 한 권사가 문을 열고 기자를 맞았다. 그녀는 오전 11시경부터 교회에 나와 기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권사의 요즘 기도 제목 중에 빠지지 않는 게 ‘안증회’와 관련된 것이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저희 교회가 저 단체보다 커지고 부흥하도록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어. 규모로만 보면 우리는 저들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 그래도 우리는 참 하나님을 믿고 있지 않은가. 꿀릴게 없지. 그런데 토요일, 수요일이면 수많은 안증회 신도들이 계단이 미어질 정도로 건물로 들어서는 게 보여. 그 사람들이 그냥 집회만 하나? 지나가는 사람들 붙들고 기회만 되면 ‘어머니 하나님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라고 물어봐. 나한테도 그렇게 접근하길래 뿌리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야. 근처에 학교가 있는데 초등학생 아이들에게까지도 포교해. 그런 모습 보면 마음이 착잡해져.”

인근 B교회의 한 공간안에 60대의 권사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새로 이사 온 단체(안증회를 의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서도 한마디씩 던졌다.

“다른 곳은 이단이 들어온다고 하면 지역교회가 앞장서서 막는다고 하더만.”
“그런데 저 단체는 어떻게 저렇게 들어와 있데?”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교회 목사가 그 사람들에게 교회를 팔고 떠났으니 그렇지.”
60대 권사들의 담화 속에 안증회에 교회를 팔고 떠난 목회자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교회 게시판에는 안상홍 증인회를 비판하는 자료가 붙어 있다. 교회측에서 교인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경계를 강화하고자 붙인 전단지다.

C교회의 목회자는 “안증회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포교활동이 더 활발해졌다”며 “교패가 달린 집을 집중적으로 포교 대상으로 하고 새로 교회를 세웠다며 떡까지 돌렸다”고 우려했다. C교회 목사는 “현재 설교하고 광고할 때마다 성도들이 이단에 빠지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D교회의 사모는 “이곳은 지금 비상사태다”라는 말로 현재 상황을 대변했다.

“안상홍 증인회가 ‘하나님의 교회’라고 간판을 붙여 놓고 있다보니 교인들도 ‘많은 교회들 중의 하나이겠지’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교인들에게 늘 이단에 대해 경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안상홍 씨와 장길자 씨를 하나님으로 믿는 단체라고 얘기하고 절대로 그들과 상종하지 말고 그들의 포교전략에 말려 들지 말라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는 이를 ‘비상사태’로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다.”

D교회의 사모는 종종 교회 전도팀들이 현장 전도를 나갔다가 안증회 포교팀과 만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만나면 양측이 서로 “십자가 없는 교회가 무슨 교회냐?”, “안식일도 지키지 않으면서 무슨 하나님의 말씀을 지킨다고 하느냐?”며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사모는 “목사님이 설교할 때마다, 성도들은 기도할 때마다 이단문제를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며 “왜 큰사랑교회가 안상홍 증인회에 교회를 팔아 지역교회에 이렇게 어려움을 주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교회의 목회자는 안증회에 교회를 매각한 목회자를 상대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 목사는 “사람들이 안증회나 일반 교회나 똑같은 교회로 알고 있다”며 “만에 하나 안증회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은 지역 교회들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며 “아무리 교회가 어렵고 힘들어도 그렇지 안증회에 교회를 매각했다니 정말 목사도 아니다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님을 두려워 한다면 그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 교회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안증회’관련 자료
큰사랑교회는 2009년 6월 당시 인천 신흥동 3가 사거리에 위치한 교회를 안증회측에 103억원에 매각했다. 큰사랑교회 담임 서만권 목사는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주변 교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불만을 가질 것이다”라는 질문에 “불만 가질 거 없다. 일반 교회에 파는 것보다 토요일에 집회를 하는 안식일분파에 파는 게 낫지 않겠나? 그들은 토요일, 우리는 주일, 예배 형식도 다르니 나름대로 나는 좋은 생각에 진행했다. 일반 교회에 파는 것보다 교인들 잠식 우려도 없다”고 답했었다.

그러나 기자가 현장을 다녀본 결과 신흥동 3가 사거리에 근접한 지역교회들은 안증회로 인해 비상사태에 직면하여 기도하며 커다란 영적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단에 교회를 넘기고 떠난 그 대가를 큰사랑교회가 아니라 지역 교회들이 지고 있는 모습에 씁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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