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의 예장 백석측 비전교회(담임 이상윤 목사)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측(일명 안상홍 증인회, 안증회, 총회장 김주철 씨)에 예배당 부지와 건물을 89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역 사회 복음화에 앞장서야 할 교회가 오히려 이단을 지역 사회에 심는 행위를 하고 이전한 것이다.
비전교회가 위치했던 도촌동 섬마을아파트 3단지에 거주하는 교회 성도들은 비전교회의 행각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 2011년 7월 13일 도촌동 지역에서 만난 한 신도는 “비전교회가 떠난 후 예배당의 십자가가 내려가고 있다”며 “예배당 터를 팔고 인근 지역으로 이전한 비전교회 앞에 가서 플래카드를 걸고 ‘도촌동을 떠나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한 교인은 “교회를 다니고 안 다니고를 떠나 안상홍 증인회가 들어온다는데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런 일을 소위 ‘교회’라는 곳에서 하고 떠났다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촌동 인근의 대형교회에서 요새 전도지를 들고 이곳을 많이 찾는다”며 “전도자들이 ‘섬마을아파트 3단지에 안상홍 증인회가 들어오니 주의하십시오’라며 전도지를 나눠주는 것을 받은 적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해줬다.
이토록 성도들의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을 비전교회는 왜 해야 했을까? 기자는 교회 부지 등을 안상홍 증인회에 팔고, 1km 남짓 떨어진 섬마을 아파트 1단지로 이전한 비전교회를 찾아보았다. 새롭게 이전한 교회에서 기자와 만난 이상윤 담임목사는 힘없이 말했다. “너무도 부끄럽다”고. 담임인 이 목사는 안상홍 증인회측에 교회를 매각하고 그들에게 포교 거점을 제공했다는 생각에 하나님 앞에 너무도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이날 처음 만난 기자 앞에서 그는 “좋은 일로 만나지 못해 죄송하다”는 표현까지 하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소위 건전한 교단, 예장 백석측 소속의 목회자가 초면의 기자에게 부끄럽다고 고백할 만한 일을 왜 해야 했을까? 이 목사와 교회 건축위원회의 한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눠보았다. 교회성장학에 따른 무리한 건축, 열정적 전도에도 늘지 않는 신도 수, 기독교계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 신도들에 대한 무리한 헌금 작정 등이 총체적으로 어울어진 결과물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전교회는 2007년 3월경 도촌동 섬마을 3단지 인근에 종교 부지 1478m²를 한 신도의 이름으로 분양받았다. 그 공간에서 지을 수 있는 최대 규모로 건물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대출받은 돈은 50여 억원이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10여 명의 신도들이 연대보증을 섰다.
교회 건축을 하며 늘어야 할 교회 성도 숫자는 200여 명에서 멈춰 더 이상 부흥되지 않았다. 365일 전도한다는 비전교회 전도특공대의 노력도 통하지 않았다. 도촌동의 7천200여 세대 중 60% 정도가 임대 아파트였다. 게다가 장기 임대가 아니라 재개발지역의 주민들이 임시적으로 거주하는 순환 이주형 주택이었다. 성도들이 부흥하기에는 지역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매달 3천만원의 대출 이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를 갚기 위해 비전교회는 또다른 대출을 내야 했다. 50억원에 대한 대출이자를 감당하기도 힘든데 교회 건축을 진행하던 건설사 2곳이 부도가 났다.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 건설사가 1차 부도를 냈고 지하 1층을 파던 또다른 건설사가 2차 부도를 냈다. 모두 ‘유명 기독교계’ 건설사였다.
결국 50억원의 빚이 교회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80억원대가 됐다고 한다. 비전교회는 이를 변제할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었다. 법원으로부터 강제 경매를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자 결국 선택한 카드가 교회 매각이었다. 교회측은 백석측 성남노회와 백석 총회에 이 사실을 알리고 교회 매입에 관심이 있는 목회자들이 있는지 알아봤다고 한다. 그러나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감리교 유지재단에도 매수 의사가 있는지 문의하고 매수를 요청해 봤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봤으나 관심을 갖는 곳은 없었다. 이 때 의사를 전달해 온 곳이 단 한 곳 있었다. 안상홍 증인회였다. 89억원에 매수하겠다는 것이었다.
교회 매각이 아니면 경매에 붙여져 회생불가능해지는 교회 상황, ‘거액 대출의 짐에서 구해준 구원투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안상홍 증인회가 됐던 셈이다. 자신들의 무리한 건축으로 빚어진 고통을 털어내기 위해 비전교회는 안상홍 증인회와 부동산 거래를 하고 결국 도촌동 섬마을 3단지에 이단을 심는 행위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교회 내부적으로 절체절명의 속사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전교회의 행각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란 것이 중론이다. 도촌동 지역의 한 신도는 “일부 목회자들이 신도시에 교회를 크게만 지어 놓으면 성도들이 알아서 모인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비전교회의 매각은 잘못된 교회 성장학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고 지적했다. 이 신도는 “비전교회의 목회자가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정말 무엇인지 생각하는 목회자인지 묻고 싶다”며 “소속 교단은 이런 용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비전교회의 이단 단체 매각’과 같은 동종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는 뚜렷한 움직임은 아직 없다. 비전교회가 소속한 성남노회의 한 관계자는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끝난 일인데 말해서 무엇 하겠느냐”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예장 백석 교단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백석측 비전교회가 안상홍 증인회에 교회를 매각하는)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기자에게 처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를 한 후 성남노회측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백석교단으로서는 매우 불명예스럽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성남노회에 이 일과 관련한 경위서를 제출받아서 살펴보고 차후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석 교단은 비전교회가 교회 부지와 건물을 이단에 매각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근본적 대책 없이는 이단에 교회를 매각하는 사례가 계속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비전교회는 안상홍 증인회에 교회를 매각함으로 8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채무감은 벗어던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전교회의 담임 이상윤 목사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에 ‘안상홍 증인회’의 포교 거점을 만들어줬다는 더욱 큰 ‘영적 채무’를 지게 됐다. 안상홍 증인회는 도촌동에 새 둥지를 틀고 열성적 포교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정통 교회 이상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이단’인 줄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곳에 빠져드는 사람도 생길 수도 있다. 멀지 않은 미래 “도촌동에 사는 내 아내·자식이 안상홍 증인회에 빠졌다, 이게 다 비전교회 때문이다”는 분노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