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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사건, 이번에도 귀신쫓는다며 사람잡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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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사건, 이번에도 귀신쫓는다며 사람잡은 것
  • 정윤석
  • 승인 2012.02.1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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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귀신관 따른 '구타 축사행위' 근절 방안 없나


 

▲ 3남매 변사체가 발견된 보성교회 모습


사람이 죽었다. 이번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희생자가 됐다. 소위 보성교회라는 곳의 담임 박 모 씨(43)와 조 모 씨(34) 부부가 자신의 자녀들에게 붙은 잡귀를 쫓아낸다며 허리띠와 파리채 등으로 구타를 했다고 한다. 2월 1일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고 10살 첫째 아들이 사망했다. 2일에는 8살 둘째 딸과 5살 셋째 아들이 사망했다(이하 보성사건).

기독교계에선 가해자 부모가 정상적 신학을 하지 않고 목사 안수도 받지 않았다며 ‘목사가 아니다’, ‘정상적 교회가 아니다’, ‘이단이다’며 보성 사건과 선을 긋고 있다. 물론 박 씨 부부의 행위는 결코 정상적 교회나 목회자가 보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상적 교회와 목회자와 보성 사건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보성 사건은 교계 언저리에서 일부 ‘기도원’과 소위 ‘신유·은사 사역’이란 이름으로 암암리에 지속되고 있는 구타 행위와 그 맥을 달리하는 별개의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보성 사건처럼 사회문제가 되지 않아서 그럴 뿐이다. 일부 기도원, 소위 신유·은사 사역자란 사람들 중 사람 몸에 귀신이 붙었다며 폭력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활동한다는 것을 기독교계는 부인하지 못한다. 귀신을 쫒아낸다고 하다가 사람이 죽는 사건은 교계 안팎에서 일년에 한두차례는 반드시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정통교회는 보성사건과 선을 긋는 데서 이 문제를 끝내서는 안된다. 보성사건과 같은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다면 보성사건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박문수 교수(서울신대 조직신학)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람의 질병은 사탄이 주는 경우, 하나님이 사람을 연단하기 위해 허락하시는 경우, 사람이 스스로 몸 관리를 못해서 생기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며 “그러나 왜곡된 영적 전쟁 개념을 가진 사람은 질병의 원인을 모두 귀신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비인간적 비인격적 방법도 동원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모든 질병의 원인이 귀신이라고 보는 잘못된 귀신관을 가진 일부 사람들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구타, 폭행 등 비인격적 방법도 서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로 질병이 걸리게 된 원인이 귀신에 있다면 병자를 구타한다고 귀신이 사라지겠는가? 상식적으로 봐도 납득되지 않는 행위가 일부 기도원과 기독교계 사이비 은사 사역자들에게서 자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전한 신유 사역에 대한 교육과 잘못된 귀신관의 축출이 지속화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신유는 하나님의 치유라는 의미다”며 “하나님의 치유 도구는 성도의 간절한 기도, 성경 말씀에 대한 신실한 믿음도 있지만 의약품, 의학적 도움, 의술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잘못된 귀신관 등을 몰아내기 위해 한국교회가 전인 치유에 대한 폭넓은 관점과 영적 전쟁 개념에 대한 바른 이해, 기복적 신앙에 대한 반성이 병행돼야 한다”며 “만일 신유 사역을 한다고 하면서 의술, 의약품 사용을 금하는 곳이 있다면 성도들은 그곳의 건전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내과의원 박관 원장(목사)은 성도들에게 균형잡힌 영성이 자리잡도록 양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극단적 영성이다”며 “의술, 의료행위, 약 등은 모두 하나님이 성도들에게 사용하라고 주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사탄의 역사라면서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의 은총을 거역하는 죄라는 것을 성도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기독교인들도 건강하기 위해선 일반 사람들과 동일하게 운동을 하고 식사 조절을 해야 한다”며 “과학과 의학의 영역도 하나님이 주셨다는 건전한 세계관을 가진 성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준희 교수(한세대, 구약학)는 보성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신력 있는 연합단체의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구타를 해서 귀신을 쫓아낸다는 발상은 사이비 종교인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며 “한국교회의 공신력 있는 이단 연구 단체나 연합 단체에서 성도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인식할 수 있도록 이단사이비를 분별하는 지침을 마련해서 홍보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또한 한국교회의 목사 안수 시스템에 대해서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의 풍토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목사가 될 수 있는 구조다”며 “만일 목사 안수가 남발된다면 이같은 사이비적 행각이 목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차 교수는 각 교단마다 목사의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병준 교수(호남신대, 교회사)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보성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나 한국교회나 똑같이 ‘개독’으로 보고 있다”며 “이것이 한국교회의 가장 큰 고민 거리이자 문제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바른 교리를 토대로 연합하며 개교회 주의를 극복하고 한국사회에 순기능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며 “사이비적 행각을 하는 단체들과 한국의 건전한 교회들을 일반인들이 자연스레 구분할 정도가 되도록 많은 시간을 공을 들여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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