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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상교회 정주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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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상교회 정주채 목사
  • 정윤석
  • 승인 2013.01.02 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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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이 조금만 달라져도 성도들이 감격할거예요”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www.hyangsang.com)는 독특한 목회자다. 서울 송파구의 잠실중앙교회를 담임할 때부터 그는 공언한다. 교인 1천500명이 넘으면 교회 분립을 하겠다고. 극한의 교회 분쟁을 겪는 잠실중앙교회를 보면서 목회자 스스로 ‘무소유’를 실천해야 한다는 결심 끝에 나온 ‘공약’이었다. 실제로 1천500명이 넘자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교회에 그대로 눌러 앉을 방법이 뭘까?’라고 고민하는 게 인지상정일 듯하다. 만일 눌러 앉았다면 지금의 정 목사는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 목사는 약속을 이행한다.

▲ 2013년 만 65세의 나이로 은퇴하는 정주채 목사(사진 손우진 집사)

다른 사람도 아닌 담임목사 자신이 잠실중앙교회를 떠나는 개척을 선택한다. 1999년 당시 잠실에서 30여 km 떨어진 경기도 구성 인근에 ‘향상교회’를 개척한다. 그러면서 역시 공언한다. 교인이 2천명이 되면 분립하겠다고. 역시 2천명이 되던 2011년, 170여 명의 교인을 흥덕 향상교회로 분립 개척하도록 내보낸다.

2013년이 됐다. 정 목사가 만으로 65세가 되는 해다. 정 목사는 은퇴를 한다. 일찍 은퇴하는 정 목사에 대해 예장 고신측 후배 목사들은 말한다. “목사님이 은퇴를 빨리하시면 교단적으로는 손실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 목사는 “후배 목회자들 중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리고 정 목사는 “특별한 분들 외에 일반적으로 사람은 60세가 넘으면 목회적 창의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에너지를 갖기 어렵다고 본다”며 “은퇴를 앞두고 ‘원숙한 목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목회자들의 착각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후배들을 위해 빨리 자리를 떠나는 게 미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교회에서 ‘원로’로 남지 않고 말 그대로 ‘은퇴’할 계획이다. 원로로서 목회에 자꾸 관여하면 후임 목회자와 뜻하지 않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 목사는 은퇴 후에 바른교회아카데미와 고신측 목회자들의 모임인 미래교회포럼 등을 통해 한국교회 갱신에 힘쓸 생각이다.

이미 향상교회는 post 정주채 시대를 그려가고 있다. 2012년 11월 공동의회를 통해 김석홍 부목사를 위임목사로 세웠다. 김 목사는 2004년 초등부 사역을 시작으로 향상교회와 인연을 맺었고 연세대 철학과와 고려신학대학원대학교를 졸업했다.

올해 또다른 사역의 꿈을 꾸고 있는 정 목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게재한다. 정 목사와의 인터뷰 질의·응답 중에는 기자 외에 옥재부 목사(북울산교회)와 김종윤 목사(건강교회연구소)의 질문 내용도 있다. 정주채 목사와의 인터뷰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두 분 목회자가 질문을 보내와 인터뷰 내용에 포함시켰다.

정 목사와의 인터뷰는 서면 인터뷰를 먼저 한 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직접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12월 24일 직접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는 사진작가 손우진 집사가 동석했다.

2013년의 은퇴 계획

“은퇴한 사람이 목회에 관여하면 뜻하지 않은 갈등이 생겨요.”

- 2013년 새해입니다. 목사님께서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가장 감사한 일은 후임 담임목사의 청빙이 아주 순조롭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2012년 6월말에 청빙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위원들이 4개월 동안 기도하며 절차를 밟아 최종 대상자를 정하였고, 2012년 11월11일 주일 공동의회에서 91%가 넘는 찬성으로 김석홍 목사로 확정되었습니다. 후임자는 저보다 훨씬 잘할 사람이에요. 성도들께서 전임 목회자와의 인간적 정을 기준으로 후임자를 생각할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목회자에 대해 새로운 일을 기대하며 기도하며 맞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었던 일은, 구부지를 매각하려고 내놓은 지가 벌써 오래입니다. 그런데 아직 매각이 되지 않고 있어 지금도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김종윤 목사(건강한교회연구소장 www.ahealthychurch.com)의 질문): 은퇴 이후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아직은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여력이 있으면 바른교회아카데미와 고신측 목회자들 모임인 미래교회포럼을 통해 교회갱신 운동을 위해 뛰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오래전부터 신학교에서 목회후보생들을 훈련하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왔습니다.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 (북울산교회 옥재부 목사): 너무 일찍 은퇴하시므로 교단적으로는 손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신지요? 은퇴 후의 사역과 후배들에 대한 당부의 말씀 부탁합니다.

손실은 무슨…. 좋은 후배들이 줄을 서 있는데…. 은퇴 후 힘 있을 때까지는 자원봉사 많이 해야지요.

- 또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간의 갈등이 한국교회 분쟁의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요?

저는 원로목사라는 직분을 없앴어요. 향상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명예직은 교회에 두지 않기로 했어요. 은퇴했으면 말 그대로 ‘은퇴’ 해야 해요. 은퇴한 사람이 목회에 관여하니 뜻하지 않은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 ‘모세도 80세에 부름 받고 쓰임 받았다’며 ‘은퇴’에 반기를 들 목사님들도 계실 거 같은데요?

▲ 안수받는 직분자들(사진 향상교회)

모세는 은퇴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은퇴가 빈말이 돼선 안돼요. 은퇴할 때가 돼서야 ‘내가 이제야 원숙한 목회를 할 수 있다’며 나서는 분들이 있는데 착각이에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물러가길 원하는 성도들이 더 많을 거예요. 은퇴 4년 남은 어떤 교회의 목회자 문제로 몇몇 장로님들이 저를 찾아온 적도 있어요. 자기들 교회 담임 목사를 빨리 은퇴시키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조언을 구하러 온 거예요. 제가 호통을 쳤죠. ‘나를 어쩌려구 내게 와서 조언을 구합니까?’라구요.

제가 그 교회 담임목사님을 보니 문제 있는 분이 아니었어요. 인격적으로도 특별한 흠이 있는 분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교인들은 은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착각에 빠지면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가 않는 거예요. 사람이 생리적으로 60세 이후가 되면 창의력과 에너지가 떨어져요. 그 후 5년은 관록과 경험에 의해 더 끌어갈 수 있을지는 몰라요. 65세 때까지 말이지요. 그러나 그 이상은 어렵다고 봐요.

- 은퇴한 후 성도들이 너무 보고 싶어 아무도 없을 때 대성통곡하며 울었다는 원로 목사님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은퇴하면 정말 성도들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한 거 같습니다. 때로 그런 옛 정이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목사님도 은퇴를 하신다면 인정상 힘든 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처음 잠실중앙교회에서 분립개척을 하기 전 분당에 매일교회를 분립개척했을 때예요. 그 당시 12가정을 개척으로 내보냈어요. 개척한 교회를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너무 마음이 섭섭해 홀로 울었습니다. 향상교회를 개척해서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도 없는 당회실에서 소리를 내서 울었어요. 떼어 놓은 교인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요. 은퇴 후에도 여전히 그런 감정이 생길 수가 있을 거 같아요. 생각나고 그리운 성도들이 보고 싶어 마음이 많이 아플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에요. 성도들도 그러잖아요. 평생 충성하는 회사에서 50세~60세 창창한 나이에 쫓겨나는 설움을 많이 당해요. 얼마나 서럽겠어요. 가족들 모르게 혼자서 눈물 흘리는 가장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목회자들도 그런 성도들의 마음을 조금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그저 2013년 한해 동안 후임목사가 목회를 잘 준비해나가도록 도와 주고 싶어요. 목회를 인수·인계하고 특히 목회는 설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사가 설교 준비를 위한 자기 계발에 헌신토록 배려하고 싶어요.

30년 동안의 목회

“가정교회가 회복돼야 합니다”

▲ 새벽 기도회에 참석한 성도들(사진 향상교회 제공)
- 목사님은 늘 “목양의 핵심은 ‘요한복음 10:10, 예수님이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다’라는 말씀에 있다”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목사, 유명한 목사, 큰 교회, 대형교회를 꿈꾸는 후배 목사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역시 대형교회가 갖는 장점도 많긴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양에게 생명을 주는 것인데 목사님은 향상교회에서 그 생명이 풍성히 성도들에게 전달되는 기쁨을 맛보셨는지요? 그것을 위해 어떤 사역에 주요 초점을 맞춰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예배와 가르침입니다. 예배에서 생명을 얻고 풍성히 얻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디서 그런 은혜를 맛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예수영접모임”이라고 해서 처음 교회에 나오신 분들이나 세례를 받았지만 구원의 확신이 없는 분들을 15명 정도씩 모아 제가 직접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전도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2시간 남짓 갖는 시간이지만 복음의 능력을 맛볼 수 있는 좋은 시간입니다. 그 동안 30회 정도 했습니다.

그리고 12주 과정으로 새 신자들을 위한 초급과정의 삶 공부(“생명의 삶”이라는 제목의 성경공부임. 성경공부란 말 대신 삶이란 말을 쓰는 이유는 신앙은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이니까요.)를 하는데 역시 큰 보람과 기쁨이 있습니다. 이를 포함하여 저의 목회철학이라 할까요, 저 나름대로 세운 목표들이 있습니다.

저는 목사로 임직하기 전에 잠실중앙교회에 전도사로 갔는데 거기서 목사 안수를 받고 부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회당을 건축한 후 큰 갈등이 일어나 3년 동안 엄청난 시련을 겪었습니다.

저는 교회가 수라장이 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믿음도 무너졌습니다. 교회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교회도 종교를 빙자한 인간 집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나 하나님마저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교회론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목회학 박사과정도 그때 시작하였습니다. 순전히 교회를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성경에는 하나님이 보여주신 교회상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산에서 네게 보여준 식양대로”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이 설계하시고 계시하신 교회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교회를 찾아 세워야 한다는, 한이 맺히듯 제 가슴에 화살처럼 꽂힌 소원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교회갱신에 마음을 쏟았습니다.

- 목사님의 목회를 좀 더 소개해 줄 수 있을런지요?

▲ 설교하는 정주채 목사
제가 지난 30여 년 동안 했던 일들을 여기서 다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만, 몇 가지만 요약해서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첫째는 교회의 멤버십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타락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멤버십이 분명치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문 - 양의 문 -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세례교인이 교회의 멤버입니다만 세례가 남발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거룩한 예식이 교회성장주의에 의해 신성모독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속량을 믿는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어야 합니다. 이는 목사, 장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일이 너무나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신자 - 세례대상자들을 12주 동안 직접 교육하고, 성경을 한 번 이상 읽도록 권장하며, 신앙고백서를 써서 제출케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신앙고백을 확인합니다.

둘째는 대형교회 문제입니다. 대형교회 자체가 문제란 말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대형교회가 되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대형교회를 지양하고 건강한 중소교회를 많이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사이즈는 어느 정도가 좋으냐 하는 것은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출석교인 200~300명, 또 어떤 이들은 400~500명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개척도 70~80년대 방법으로는 안 됩니다. 분립하는 방법이 좋고 그래야 교회가 건강하게 설 수 있습니다.

잠실중앙교회에서 처음으로 분립계획을 세울 때는 당시 교회당의 사이즈나 여러 가지 형편을 감안하여 출석교인 1,500명이 넘으면 교회를 분립하기로 결정하였고, 그 결의에 따라 오늘의 향상교회가 분립되었습니다. 향상교회에서는 정관을 만들면서 2,000명이 넘으면 분립하자는 조항을 넣었고 그에 따라 작년에 우리는 목사, 장로 각각 두 분씩 그리고 교인들 약 170여명을 보내 흥덕향상교회를 세웠습니다.

셋째는 제가 1995년 담임목회자로 부임한 잠실중앙교회는 정말 동네에서 유명한 분쟁많고 싸움 많이 하는 교회였어요. 오죽했으면 당시 아파트 주민들이 ‘교회가 아이들 버리겠다, 예수 믿는다는 것들이 고작 싸움질이냐’는 손가락질을 했겠어요. 서로 싸움하다 폭행사태까지 벌어지곤 하던 교회에서 모든 당회원들이 교회를 떠나는 비상처방을 내렸어요. 저도 부목사로서 책임을 지고 교회를 떠나야 하는데 사람들이 다 나가면 다음날 새벽기도는 누가 인도하느냐는 숙제가 남은 거예요.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예배 인도할 사람은 남기자는 의미로 저를 남겼어요. 결국 그곳에서 담임목사가 된 거예요. 극단적 분쟁을 겪은 잠실중앙교회를 생각하면서 장로교의 정치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당회원 임기제입니다. 저는 장로교가 제도적으로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만 단점이라고 할까 문제점들도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당회원들의 임기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목사가 위임목사로 청빙을 받으면 정년까지 목회를 하도록 돼있고, 장로 역시 한번 임직하면 정년까지 그 임기가 보장됩니다. 이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어느 교회에서 목사나 어떤 장로의 시무가 교회에 유익함이 없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 내의 갈등이 깊어지고 증폭되다가 결국은 혼란과 분열에 빠집니다. 거의 대부분의 교인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해당되는 목사나 장로가 자기 자리를 고수하는 바람에 교회가 극단적인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장로교는 대의정치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교인들이 투표를 통해 청빙한 목사와 교인들이 대표로 선택하여 임직케 한 장로가 당회를 구성하고 교회를 치리합니다. 그런데 장로가 장립을 받아 시무를 시작하면 그 후로는 역시 그의 대표성을 확인할만한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교인이 장로로 선택되었을 때는 교인수가 100명도 안 되었을 때인데, 이후 교인수가 일천 명 이상이나 되었어도 그 장로는 여전히 교인의 대표로서 당회에 참석합니다. 목사의 경우도 동일합니다.

그래서 저는 목사, 장로의 임기가 있어야 하고 계속 시무하려면 교인들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목사는 6년 시무 후 1년 동안 안식년을 가지며 시무투표를 통해 신임을 받으면 계속 시무합니다. 장로님들은 임직하면 신임투표 없이 9년을 시무하고 은퇴합니다. 만일 교인들의 언로를 차단하면 소통을 차단당한 교인들은 극한적 싸움밖에 할 일이 없어지는 거예요.

▲ 흥덕 향상교회로 파송받는 교인들

넷째, 교회 안에 소그룹교회들이 든든히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모든 성도들이 서로 형제자매라는 것을 실제로 고백하고 경험하게 됩니다. 초대교회는 가정교회 - “네 집에 있는 교회” - 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세교회가 제도화되면서 이런 소그룹교회가 약화되거나 없어졌습니다. 이를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논문까지 썼습니다.

한국교회
- 올 한 해 성추문에 휩싸인 목회자, 불협화음을 겪으며 교회분쟁에 시달리고 어려움을 겪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목사님의 마음은 어떠셨는지요?

너무나 안타깝고 때로 부끄럽고 사람들에게 죄송하고… 그러면서 저도 별 수 없는 사람이라 두려움을 느낍니다.

- 기독교는 이미 ‘개독교’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목사님도 알고 가슴 아파하실 거 같습니다. 또 목회자로서 ‘개독교’로 불리는 한국교회의 아픈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교회와 성도는 어떻게 이를 풀어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목회자들이 기본적인 윤리를 지키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윤리강령도 발표되었습니다. 11월29일이었지요? 위원들은 주로 은퇴하신 목사님들로 구성되었는데 저는 은퇴가 확정된 사람이라고 해서 천거를 받아 위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가장 젊다며 서기를 하라고 해서 서기가 되었습니다. 서기가 되다보니 윤리강령을 초안하는 일까지 맡게 되었는데, 저는 고상한 영성의 소유자들이나 지킬 수 있는 강령이 아니라 윤리생활의 기준을 제시해 보려는 마음으로 초안을 했었습니다. 목사들이 조금만 달라져도 성도들은 감격할 것입니다.

- 목사님께서 만일 지금 신학생 시절로 돌아가신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 또 반드시 경험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요?

교회론, 목회학 등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복음의 능력을 알고 체험하고 확신에 이르러야 합니다.

▲ 정주채 목사(사진 손우진 집사)

- 요즘 목회현장도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되는 현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학교도 많고 신학생도 많습니다. 2013년 신학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그리고 이제 개척을 시작하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신학교가 많고 목사후보생들이 과다 배출되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교회 안의 문제만 아니라 이제는 사회문제까지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목사후보생 과다배출에서부터 한국교회의 모든 문제가 배태되고 발생합니다. 건방지고 미안한 말이지만 여기가 교회 타락의 근원지입니다. 목사들은 신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때로 이는 죄를 짓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를 타락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졸업생들에게는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꼭 말하라면 칼뱅이 말한 대로, 할 수만 있다면 목사 되는 일을 피해 보십시오. 개척교회도 피해보십시오. 생명에 대한 외경, 복음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다른 길을 찾아보십시오. 그러나 만약 한 생명이라도 구원에 이르게 할 수 있다면 자신과 가족을 다 희생하겠다는 정도의 믿음과 각오가 없다면 신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목회자의 길을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너무 힘들고, 인력이 낭비되고, 가족들과 교인들까지 고생시키게 되고… 이제는 적당히 해도 되던 때가 지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야 할 길은 정말 험난합니다. 힘 빼는 이야기를 해서 미안합니다만.

- 목사님 마지막으로 교회의 2013년 주요 계획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꼭하고 싶은 말씀인데 제가 질문하지 않은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향상교회에서의 저의 목회를 잘 마무리하고 후임자에게 위임하는 것이 새해의 주요 계획이고 목표입니다. 은퇴 후에도 저에게 여력이 주어진다면 한국교회의 갱신과 진정한 부흥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꼭 마칠 때는 교인들이나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하라는 요구를 받는데, 진짜 곤혹스럽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목사들이 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돼있고 고민꺼리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꼭 한 마디 해야 한다면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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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채(鄭朱采) 목사. 붉을 朱에 빛날 采를 쓴다. 아침에 뜨는 태양이란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하며 만난 정 목사의 모습은 청렴한 선비같았다. 그러면서도 겸손이 몸에 밴 모습이었다. 늘 자기를 비우고 낮추고 희생을 실천하려는 실천적 겸손이 외모에서부터 풍긴다.

그는 1948년 경남 하동출생으로 고려신학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총회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를 전공했다. 가능한 한 주간에 3~4번씩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것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비타민C도 열심히 먹는다고 한다. 1982년 목사 안수를 받았고 같은 해 잠실중앙교회에 부교역자로 부임했다. 1985년 잠실중앙교회의 담임목사로 취임한 후 1992년 분당 매일교회, 1999년 용인 향상교회, 2011년 흥덕 향상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만 65세가 되는 2013년 은퇴를 발표한 그는 한국교회 갱신을 위해 뛸 계획이다.

저서로는 <크리스찬은 무슨 재미로 사는가>(규장), <새신자 성경공부>(규장), <선한 목자에의 꿈>(생명의 양식) 등이 있다.

<교정 재능기부> 이관형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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