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천성 대표(한국 컨티넨탈싱어즈, 이하 컨티, www.koreancontinentals.org)를 2013년 7월 23일 서울 중화역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컨티는 1989년 국내 사역을 시작해 25년 이상 복음성가 공연문화를 이끌었던 한국 CCM역사의 산증인이다.
백천성 대표는 1992년 처음 한국콘티넨탈 싱어즈에 발을 디뎠다. 복음성가 ‘그 사랑’, ‘늘 언제나 늘 가까이’로 유명한 ‘찬양하는 사람들’ 멤버로 3년간 활동하던 때였다. 그가 컨티를 눈여겨 본 이유는 독특한 훈련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컨티는 매년 여름 오디션을 거쳐 멤버를 뽑는다. 이 멤버들은 다음해 1월, 10박 11일의 리허설 캠프를 갖는다. 이후 버스를 빌려 약 30여 명의 단원이 2개월 동안 전국 순회 공연을 펼친다. 공연이 끝나면 다시 지역 교회로 되돌아간다. 모두 자비량 사역이다. 찬양 무대에 서기 위해 2개월 동안은 오직 찬양에만 집중한다. 휴대폰·인터넷 서핑을 비롯한 일체의 사적 행위를 완전 중단한다. 기도와 말씀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공연무대에 선다. 찬양을 통한 은혜 충만을 경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학교·학원에서 배우는 찬양과는 질적으로 다른 ‘공동체적 헌신’을 맛볼 수 있다.
백 대표에게 컨티의 찬양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게 느껴졌다. 컨티의 찬양은 기존 CCM에서 추구하던 감성적이고 서정성 짙은 찬양이 아니었다. 원색적인 복음의 메시지를 매우 강력하게 전달하는 ‘돌직구’ 같은 음악들이었다. 컨티만의 매력이었다. 어떤 나라, 어떤 대륙에 가더라도 복음의 메시지는 동일하다는 신념에서 오는 힘있는 찬양이 특징이었다. 백 대표가 찬양하는 사람들에서 컨티로 자리를 옮긴 이유다. 25년간 컨티의 주제들도 그랬다. ‘온땅이여 노래하라’, ‘예수를 외치라’, ‘주의 길을 예비하라’ 등이었다. 백 대표는 2000년 김명식 찬양사를 이어 컨티의 리더가 됐다.
컨티는 국내 사역할 때 많은 반응들을 경험했다.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공연을 한다. 그런데 초창기 어떤 교회에서 공연을 했을 때는 찬양을 한곡 하자마자 장로들이 ‘그만두라!’며 막아서기도 했다. 컨티의 음악을 교회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교회 밖에서 2개월간을 공연하며 훈련을 받는 것도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청년들이 컨티 사역에 헌신하고 교회로 돌아가면 철저히 지역 교회를 섬기는 모습을 보였다. 점차 현장 목회자들이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이 때문에 컨티사역을 경험한 목회자들은 청년들이 컨티의 멤버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동호 목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김 목사는 “내가 한국컨티넨탈 싱어즈를 알게 된 것이 10년이 넘었는데 청년들의 뜨거운 헌신과 열정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의 사역”이라며 “내가 청년이라면 나는 한국컨티넨탈 싱어즈에 참여하겠다”며 추천한바 있다.
공연을 할 때 컨티는 어떤 곳이든 찾아간다. 단원이 30명이 넘게 갈 때도 있다. 작은교회들이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한 소형교회 목회자가 전화를 걸어 망설이며 묻기도 했다. “저희 같은 작은 교회에서도 공연할 수 있나요?” 전화를 받자마자 컨티는 “어디든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작은 교회에서 막상 공연을 하려니 무대가 너무 작았고 초청돼서 온 교인보다 무대에 선 찬양단원의 숫자가 더 많았다. 그래도 해냈다. 겨울철 군부대에서 공연을 할 때면 전력도 불안정하고 악기도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언 악기를 드라이어로 녹여가며 무대에 선 적도 있다. 보육원에서 초청했을 때는 거실을 무대 삼아서 공연하기도 했다.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화려하고 웅장한 멋으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청중과 밀접하게 호흡하며 공연을 끌어왔다.
공연을 하고 나면 컨티 홈페이지에는 후기가 종종 뜬다. 2013년 2월 ‘아가페 외국인교회’에서 공연한 후다. 한 참석자는 “예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또한 전세계 모든 민족이 하나님안에 하나라는 사실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라고 후기를 올렸다. 또다른 교회에서 공연을 본 성도는 “공연 마지막까지 열정적으로 찬양하시는 싱어즈분들 덕분에 은혜가 끊어지지 않았다”며 “이렇게 좋은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후기를 남겼다.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젊은이들의 단기 사역, 한국컨티넨탈싱어즈의 현재 상황은 그러나 한국교회의 침체기와 맞물려 매우 어렵다고 한다. 백 대표에게 “지금까지 대표직을 맡으며 가장 어려웠을 때가 언제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이라고 답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다”고도 말했다. 한국교회의 침체적 상황이 거의 비슷하게 컨티에도 반영된다고 한다. 사실 한국컨티넨탈 싱어즈의 사무실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풍길 정도다. 서울 중화역에 위치한 사무실은 지하에 위치했다. 장마철을 지나며 사무실에선 습한 기운과 냄새가 풍겼다. 벽에는 균열이 가 있다. 1989년 국내에 들어와 25년 이상의 복음성가 공연문화를 이끌었던 한국콘티넨탈싱어즈의 현재 모습은 가슴이 아플 정도다. 그토록 어려운 상황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은 머물러 있다. 취업 준비에 쫓기고 있다. 헌신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CCM 문화의 편중된 발전도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사역은 공연/예배 사역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예배 중심의 찬양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공연의 경우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다. 개교회들은 공연 전문팀을 불러서 무대를 마련하느니 교회 찬양팀을 통해 자체적으로 이를 해결한다. 외부 인사를 부를 경우 차라리 유명 연예인을 부르는 선택을 한다. 컨티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음반 시장은 10년 전에 비해 1/10, 1/20으로 줄었고 앨범을 하나 내면 100장이 겨우 팔릴까 말까할 정도라고 한다. 빚내서 공연하고 앨범을 내는 상황이다. 컨티는 이런 가운데 정체성과 관련한 많은 고민을 했다.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컨티도 ‘예배 음악’쪽으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백 대표는 “워십 음악이 잘된다고 우리도 방향을 선회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우리라도 하고 있어야 사는 길이다”며 “그러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어려운 가운데도 컨티는 무대에 서면 프로가 된다. ‘헝그리 정신’이다. 백 대표는 공연을 통해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프로다. 성도들이 찬양을 통해 아픈 상처에서 회복되고 상한 심령을 위로받는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컨티는 한가지를 더 생각한다. 처음 백 대표는 많은 성도들에게 은혜를 끼치겠다는 목표만을 갖고 무대에 섰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가지를 더 생각하는 그들이다. 국내 공연이든, 해외 공연이든 성도들의 마음 가운데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아픔과 상처가 있었다.
컨티 단원들은 단지 공연하고 나면 귀국하거나 자신들의 처소로 돌아서야 한다. 결국 남은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담임목회자, 선교사들의 몫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은혜를 받고 가장 회복을 경험해야 할 사람들은 성도들을 돌보는 위치의 담임 목회자, 선교사라는 답이 나왔다. 실제로 백 대표는 컨티의 공연을 통해 선교사, 담임목회자의 회복과 영성충만에 집중한다. 지쳐 있는 그들에게 영광의 찬양을 통해 회복하는 경험을 충만히 누리도록 가장 집중해서 기도한다.
찬양 공연의 프로들, 컨티의 호주 집회는 8월 8일부터 21일까지 하늘샘장로교회(전혁 목사)를 비롯 시드니 지역 8개 교회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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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컨티넨탈싱어즈는 헌신된 젊은이들로 구성된 자비량 음악선교단체로 1967년 Cam Floria에 의해 미국에서 시작됐다. 한국에는 1989년 들어왔고 2013년까지 매년 1회씩 총 25회의 공연사역을 했다. 지금까지 컨티를 거쳐간 멤버로는 장혁재(소리엘), 천관웅, 김명식, 좋은씨앗(이유정, 이강혁), 남궁송욱, 권낙주, 이삼열 등 1천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