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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하나님께 드리는 戀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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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하나님께 드리는 戀書”
  • 정윤석
  • 승인 2003.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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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 시인’ 서희준 집사

 

일하다가도 시상 떠오르면 읊조려
최근 신앙고백 담긴 두번째 시집 내
“북한 아이 입양해 키우고 싶어”

 

서희준 집사(46, 안양제일교회)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마디로 ‘시를 쓰는 가위손’이랄까. 미용 경력 25년에 아세아미용가협회 전국미용대회 커트 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등 그녀는 소위 베테랑 헤어디자이너다.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서희준 헤어센스’를 개업해서 일해 온 지도 20년이 돼 간다. 그녀는 2001년에 ‘창조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황금찬 시인으로부터 4년 동안 개인적으로 사사를 받았고 <은빛비자>(오감도) 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그림도 곧잘 그려 ‘화갗 소리를 들을 정도다. 최근에 출간한 <바람을 몰고 오는 사람>(창조문예)이란 시집에는 각 페이지마다 직접 그린 수채화를 담았다.

여러 이력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시인’이다. 시로 인해 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미용실을 운영하며 모든 관심이 돈에 집중된 적이 있어요. ‘내일 매상은 어떻게 올릴까, 돈을 어떻게 하면 더 벌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여유가 생긴 적도 있지만 늘 몸이 아프고 마음은 곤고했어요. 그런데 시를 쓰는 요즘 돈을 많이 벌 때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경험한답니다.”

자신의 시어 하나까지도 하나님이 만져 주시고, 빚어 주신다는 믿음 때문에 시를 쓸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이다. 시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를 쓰다보니 어느덧 10여 년간 쓴 시가 300여 편에 이른다. 1996년에는 하나은행에서 주최한 ‘하나 여성 글 잔캄에 ‘낙엽’이란 시를 기고해 가작으로 당선이 된 적도 있다.

당시 생각지도 않은 상이 시를 쓰던 그녀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 수업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다. 결국 박동규 시인이 주관하는 해변시인학교에 1997년 7월부터 다니기 시작했고 그 때 황금찬 시인을 만났다. 서 집사가 평소 존경하던 시인이었다.

서 집사는 자신이 쓴 시들을 묶어서 황금찬 시인에게 보여 주며 고칠 것이 있으면 지적해달라고 했다. 당시 황 시인은 꼼꼼히 수정사항을 점검해 주었고 황 시인은 서 집사에게 5편 정도의 시를 서한으로 보내면 앞으로 시 교육을 시켜 주겠다고 했다.

 이 때부터 서 집사는 황 시인의 문하생이 된다. 시에 대해 황 시인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사사를 받게 된 것이다. 시를 보내기 전에는 과제가 하나 있었다. 시집 50권을 읽고 나서 시를 써서 보내라는 주문이었다.

그 말대로 서 집사는 전철을 타면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시집 50여 권을 읽었고 그 후에 쓴 시들을 황 시인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가 더욱 시다워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게다가 당시 성경을 완필하면서부터 서 집사의 가슴에서 시어들은 더욱 샘 솟기 시작했다.

서 집사는 “시인들이 종종 ‘시의 첫 연은 신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고 나니 하나님이 시를 주신다”고 고백한다.

시상은 주로 새벽기도를 마치고 온 하루의 첫 시간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시상도 있다. 그녀의 직업이 ‘가위손’인지라 본의 아니게 파마를 하고 있을 때도 시상이 떠오를 때가 있다. 메모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손으로는 머리를 계속 말면서 “손님, 시 한편 들려드릴까요?”라며 떠오른 싯구를 읊기 시작한다.

봉평에 가면 한여름에 흰 눈밭이 있다 해서
배낭 속에 가득 눈을 담아 오면
어느새 그리움만 남는다

시를 읊어 주면 입가에 시상이 남아 나중에 메모를 한 다음 다듬는 것이다. 때론 꿈에도 시를 쓰기도 한다. 그러면 깨어나서 시를 정리한다.

시는 그녀에게 있어서 하나님과의 거리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하나님과 가까이 있고 교제할 때는 시가 잘 나오고 교제가 끊기면 시가 나오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시를 쓸 때면 서 집사의 마음은 주님과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따스해진다.

이렇게 해서 만든 시편들을 묶어 2001년에 첫번째 시집 <은빛비자>를 낸 데 이어 최근에는 두번째 시집 <바람을 몰고 오는 사람>을 출간했다.

<은빛비자>는 죄인을 천국으로 보내는 그리스도의 보혈을 ‘은빛비자’에 비유한 것이다. <바람을 몰고 오는 사람>은 성령의 바람을 세상에 휘몰아치게 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자신의 뜻을 널리 펴기 위해 두번째 시집은 영문으로 번역했다. 조은빛 봉사단이라는 단체의 대사관에서 활동하는 분이 “번역을 해 줄테니 대신 나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 달라”며 번역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서 집사는 교회에서는 교회 신문 <11시>의 기자로 활동하고 성가대에서 봉사를 한다. 내년에는 중보기도 사역에 전념할 생각이다. 그녀에게는 북한에 대한 비전도 있다. 북한 아이를 하나 입양해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어 가는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현재 고등학생인 둘째 아이를 조금 더 키우고 나면 기회가 되는 대로 북한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싶어요.”

소망이 하나 더 있다면 북한에서 자신의 미용기술을 펴보겠다는 것이다. 북한 땅에 복지센터를 세우고 이북 사람들에게 자신의 미용 기술을 가르쳐 주면 그들의 생활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 집사는 요즘 ‘내 몸은 내게 아니다’며 건강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하나님이 사용하고 싶으실 때 바로 쓸 수 있는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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