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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우리교회의 분립,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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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우리교회의 분립, 어떻게 봐야 하나?
  • 정윤석 기자
  • 승인 2021.04.19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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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금 1천만원은 지원할 수 있어도 교인 한가정을 보낼 수는 없다.”

목회자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떠도는 이야기다. 가족과도 다를 바 없는 교인들, 그 숫자가 10명이든 100명이든 1천명이든 그 관계의 기본은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몇 가정을 떼어서 어떤 교회에 파송·지원하거나 분립교회를 개척해나가는 것은 목회자 가족을 입양 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목회자에겐 돈 1천만원을 지원하는 것보다 살점같은 교인을 파송하는 게 더 어려운 말이라는 의미다.

신도 2만여명의 수퍼메가처치라 할 수 있는 분당우리교회가 ‘일만성도 파송 운동’에 따라 29개 교구로 분립하고 담당 교역자를 공개해 기독교계 대내외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재정·인사권 모두 완전히 독립한 29개의 교회로 분립하겠다는 이찬수 목사의 결단에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내 살점보다 소중한 교인들을 파송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이 목사는 남모를 고뇌와 아픔을 겪었을 것이라 사려되며 그러나 교회 분립은 이것이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함께 다루고자 한다. 이는 그의 결단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분립 이후 벌어질 혼란과 잡음을 고민하고 제거하자는 취지에서 올리는 것이니 미리 양해를 구한다.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분립의 긍정적 요소는?

첫째, 한국교회가 공신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때 대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과 이미지 쇄신과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분당우리교회는 2012년, 이미 전 성도의 최소 절반인 1만 명에서 최대 4분의 3인 1만5천명까지를 파송하고, 분당우리교회 드림센터를 10년간 사용한 뒤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허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분당우리교회의 결단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대형교회 몇 개가 아닌 작고 건강한 중소교회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29개 교회로의 분립은 한국교회 생태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분당우리교회는 지금까지 이웃사랑실천을 지속해왔다. 그런 점에서 그 철학을 공유하는 교회가 29개로 늘어난다면 지역사회와 한국교계에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작년 3월의 일이다. 코로나로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분당우리교회는 ‘작은 교회 월세 대납 운동’을 진행했다. 400개 교회를 선정해 3개월간 월세 70만원씩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발표가 나간 후 총 모금액이 32억8000만원에 이르렀다. 결국 분당우리교회는 지원 대상을 900여 곳으로 확대했고 지원 금액도 월 100만원씩 3개월로 늘렸으며 지원을 신청했지만 탈락한 4100여개 교회에는 이 목사가 자필 편지와 함께 20만원어치 상품권을 보냈다. 지역 교회를 향한 깊은 채무의식과 조금이라도 가진 것을 나누려는 이 목사의 철학은 분당우리교회뿐 아니라 분립하는 교회들에 공유되고 이 교회들 또한 이 철학을 잘 공유하며 정착해간다면 한국교회에는 선순환의 귀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셋째, 이찬수 목사의 은퇴 이후 원활한 리더십 교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겪는 갈등은 대다수 전임·후임 목사간, 목회자와 장로들 간에서 발생한다. 교인 2만여명에 이르는 수퍼메가처치에 속하는 분당우리교회가 분립의 과정없이 후임을 청빙하게 된다면 리더십의 교체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분당우리교회는 분립을 하며 5천여명의 교인으로 축소된다. 각 교구는 29개 교회로 나눠진다. 이 과정에서 이찬수 목사는 차기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조금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고 은퇴 이후 후임선정과 관련한 진통을 축소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분명 이 과정에서 분당우리교회의 철학과 비전에 걸맞는 인물이 나올 것이다.

분당우리교회
분당우리교회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분립에서 우려되는 요소는?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이다. 부정적인 요소들을 생각하는 것은 일을 흐트러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더 잘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첫째, 교회 분립이 대형교회 건전성의 지표나 표준으로 획일화되어서는 안된다.
분당우리교회의 29개 교회로의 분립은 이찬수 목사이니까, 분당우리교회이니까 할 수 있고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대형교회 건강성의 기준과 지표가 돼어 다른 대형교회들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는 것은 분당우리교회의 특수성을 다른 교회에까지 일반화하려는 시도이다. 작은 교회, 큰 교회, 정말 큰 교회, 한국교회 생태계에는 이 모든 곳들이 한국사회에 필요하다. 하나님의 나라에는 작은 교회만이 선은 아니다. 분립을 해서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너나없이 대형교회가 분립을 해야 한다는 강요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이것은 목회자는 물론 교인들의 자발적 헌신과 동의 속에서 자연스레 이뤄져야만 정착될 수 있는 매우 지난한 작업이다.

둘째, 대형교회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미디어에 다수 노출되지만 대형교회 자체는 악이나 혐오세력이 아니다. 어떤 네티즌들은 대형교회 자체가 마치 바벨탑이요, 인간의 욕심과 권력욕의 결정체인 것처럼 혹평하는데 이는 건강한 교회 비판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분립을 통해 작아지는 것 자체가 마치 선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교회관에 대한 바른 생각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 땅에 세워진 눈에 보이는 건물로서의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거룩한 공동체인 동시에 구원받지 못한 무리가 섞여 있는 공간이다. 그것은 사이즈와 상관이 없다. 작은 교회도 절대권력자에 의해 비리와 부정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대형교회도 얼마든지 담임목회자의 리더십을 따라 권력이 이양되고 부교역자들이 목회를 배우며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작은 교회든, 큰 교회든 그것이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다양한 은혜라는 관점을 우리가 어떻게 부인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찬수 목사가 분립을 하지만 분당우리교회의 사이즈는 5천여명이다. 여전히 대형교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셋째, 분립으로 인한 불가피한 혼란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성령의 일하심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스러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의 영광된 하나님은 당신의 뜻대로 열매를 아름답게 맺어가실 수 있다. 분당 우리교회의 분립은 이찬수 목사의 목회철학에서 나온 결단이다. 지금까지 분당 우리교회의 성장에 이찬수 목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찬수 목사의 말씀과 기도와 영성에 감동·감화를 받은 수많은 성도들이 그 영향을 벗어나 다른 리더십을 잘 이해하고 용납하며 목회에 협력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분립교회 담임목회자 역시 분당우리교회에서 훈련받아온 성도들의 특성과 아픔(분립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다)을 잘 이해하고 보듬으며 목회를 해나야 한다. 이찬수 목사에게 길들여진 성도들과 새롭게 분립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간에 얼마나 화음을 이뤄갈 것이냐가 분립교회가 서가느냐, 아니면 넘어지느냐의 최대의 숙제가 될 것이다. 이런 현실적 우려가 있는 만큼 분립교회의 담임과 성도가 상호간 성숙한 자세로 교회를 섬기는 자세, 교회의 머리는 담임목회자도 아니고 성도도 아니고 오직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뼛속 깊숙이 새겨야 한다.

돈 1천만원은 내줄 수 있지만 교인 가정을 빼내줄 수는 없는 게 목회자의 마음이다. 교인 숫자가 많더라도 내 살점 같은 교인들이다. 그래서 분립을 결단하기까지 이찬수 목사는 뼈를 깍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고 남모를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피와 땀과 눈물 어린 이찬수 목사의 결단이 분립교회의 담임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성숙하고 지혜로운 마음으로 귀한 결실로 맺어지길 바란다. 그리스도는 분당우리교회의 머리이실뿐만 아니라 분립교회들과 분립을 하지 않은 대형교회들의 참된 머리이시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찬수 목사뿐만 아니라 분립교회 목회자들과 또다른 지역교회 목회자들에게도 함께하신다. 분립해서 나가는 성도들은 고향을 잃은 허전함이 가슴속에 사무치겠지만 성령님께서 그 공허함을 깊게 채워주실 것이다. 

[성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도움말을 주신 목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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