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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쌍용은 용(사탄)의 역사 강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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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쌍용은 용(사탄)의 역사 강한 곳”
  • 정윤석
  • 승인 2005.03.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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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해석 신학적 규명 시급

 

서울에 사는 이문진 집사(가명·32)는 요즘 서울 불광동이란 지역에 활동하는 타종교의 영을 대적하기 위해 열심히 기도 중이다. 몇 주 전 목사님이 말씀하시길 “불광동의 불광이 佛光이 아닙니까? 석가의 빛이 임하는 동네란 뜻이죠. 결국 기독교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영적인 세력의 활동이 지역적으로 강한 곳입니다. 타종교의 영을 효과적으로 대적하고 영적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성도 여러분이 많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이 집사는 영적전투 속에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매일 기도시간마다 이 문제를 빼놓지 않고 기도하는 중이다.

최근 들어 특정 명칭에 따라 지역을 지배하는 영적 세력, 악한 영의 활동이 있다는 전제를 하고 이를 대적하기 위해 각성과 분발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계 이곳저곳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영향을 받아 특정 기업에 항의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생기는 실정이어서 교계의 명확한 신학적·신앙적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청소년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목사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장소에서 그 목회자는 자신이 서울의 용산에서 사역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용산의 ‘용’(龍)은 성경에서 사탄을 상징하는 ‘용’자를 씁니다. 그래서인지 용산에는 유난히 악한 영의 역사와 기운이 강하고 이에 따라 퇴폐향락업소와 각종 범죄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우리가 더욱 영적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용은 곧 사탄’이라는 말 때문에 대기업인 ‘쌍용’에 근무하는 교인들도 당황스런 일을 겪는 경우가 발생할 정도다.

이의용 장로(교회문화연구소 소장)는 “24년 동안 쌍용에 근무하며 기독교인들로부터 ‘어떻게 장로가 돼 갖고 한 마리 용도 아닌 두 마리 용이 역사하는 곳에 다닐 수 있는 거요!’라는 비난을 숱하게 받았다”며 “심지어 회사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명칭을 문제삼고 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실례는 적지 않다. 작년에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김용철 권사(가명)는 이름 중간에 ‘용’자가 들어가 있어 한때나마 심각하게 개명을 고려한 적도 있다. ‘용’은 성경에서 사탄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성경공부 모임의 ‘사당 지부’의 관계자도 비슷한 걱정을 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사당이란,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을 뜻하는 명칭 아닌가. 게다가 이런 명칭으로 만들어진 동네라면 지역을 지배하는 영적세력들에 대해 인식하고 기도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영적전투의 심각성을 깨닫고 악한 세력의 활동을 막기 위해 기도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선교신학자, 도심지 환락가 특수사역자, 기독교문화사역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나님이 지역과 도시를 지배하는 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탄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온갖 계략들을 갖고 분명히 그 시도를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명칭이 갖고 있는 힘과 영향력을 너무 과대포장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성배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실천신학)는 “사도들은 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선교를 해 나갔는데 그들의 마음 속에는 도시를 ‘하나님의 나라 확장터’라고 보는 긍정적인 개념이 컸다”며 “특수한 명칭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식화된 이름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성경적인 정당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명칭 자체에 따라 사탄의 세력이 더욱 강력해진다는 얘기가 맞다면 용띠 해에 사당동에서 태어나 이름에 ‘불’자가 들어가고 용산초·중·고와 용인대학을 졸업한 후 주식회사 쌍용그룹에 취직한 사람은 구원받기 어려워진다는 말도 가능해진다. 이런 사람은 용, 악한 영적 세력 속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의용 소장은 “영적전투 가운데 있다는 의식은 좋지만 목회자들이 터무니없는 이유를 근거로 영적 긴장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절터에 교회가 세워지는 마당에 지역 명칭을 놓고 사탄의 세력이 왕성한 곳이라고 판단하고 대적하자는 것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락녀 등을 대상으로 십수년간 특수사역을 해 온 최재하 목사(남부 사랑의교회)는 “도심지의 점집촌 등 악한 영이 특별하게 역사하는 곳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이름이나 명칭만 갖고 사탄의 영이 강한 곳이라고 판단한다면 ‘이름만 잘 지으면 만사 OK’라는 말도 된다”고 지적했다.

모두들 명칭 자체가 어떤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러한 강조는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나왔다기 보다 다소간 무속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성도들은 끊임없이 이 땅에서 영적 전투에 대해 의식하고 그리스도의 군사로 살아야 함을 각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강조하다가 없는 적을 만들어서 대적하거나 영향력이 없는 세력을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선동하는 것도 문제고 사탄의 영향 자체를 부정하고 부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영적 싸움을 하는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기 위해 성도들에게 영적전투와 관련한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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