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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아픔, 교회가 달래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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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아픔, 교회가 달래주자
  • 정윤석
  • 승인 2004.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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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대비 비율 48% 시대… 목회적 접근 시급

 

나이 32살의 ‘이’ 여인은 결혼생활 5년 만에 이혼했다. 이혼의 원인은 남편의 외도 때문이다. 교회를 다니고 있었지만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다. 교회 교역자들로부터 “참아라, 이혼은 죄다, 남편을 용서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기를 배신한 사람과 함께 사는 고통보다 차라리 이혼을 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혼 후 그녀가 갈 곳은 거의 없었다.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교인들, 교역자들의 정죄하는 눈빛 때문에 교회는 ‘가시방석’ 그 자체였다. ‘이혼녀’라는 낙인을 갖고 거리를 활보할 수도 없었다. 인륜지대사라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던 ‘결혼’에 실패했다는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결국 두문불출, 그녀는 한마디 말할 상대도 없이 두 달 동안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결혼대비 이혼율 47.7%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이혼 문제는 비단 교회 밖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 상담실에 문의를 했던 ‘이’ 여인의 예처럼 이혼에 직면했거나 이미 이혼을 한 가정이 교회 안에도 존재한다. 이들은 성경에서 금한 ‘죄악’을 저질렀다는 정죄감과 수치심으로 인해 교회를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상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는 반대로 이혼을 하고 나서 마음이 곤고해진 사람들이 교회 문을 두드리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 사랑의교회 상담실의 오영란 집사는 “이혼을 하고 나서 혹시라도 ‘교회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예수님을 믿으면 도움이 될까, 하나님은 내 아픔을 알아주실까’라고 생각하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전도를 받아 교회를 출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혼 문제가 교회 안에서는 더욱 중차대한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혼문제는 목회자들과 교역자들이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할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견해다. 특수사역의 견지에서 가정 불화·이혼 진행·이혼자 문제를 치유 목회적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행복한 가정생활과 건강한 사회생활에 초점을 맞춘 예배와 구역 모임에서 도전을 받지 못한다. 처절하게 고민하는 삶의 영역을 설교와 구역 공과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딴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처럼.
나동광 교수(경성대)는 이혼 관련자들의 감정적 반응은 이혼을 희망이라고 생각했으나 ‘행복’을 잃었다는 절망감, 적대감, 죄책감, 자기학대, 정체성과 자녀문제 위기 등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런 부정적인 이혼 후유증들을 다른 어떤 기관보다 교회가 앞장서서 절망에서 희망을, 적대적인 감정에서 사랑을, 죄의식에서 해방을, 자기학대나 자폐증에서 자기 정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이혼을 진행하고 있거나 이미 이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DIVORCE CARE GROUP(DCG, 이혼자치유그룹)을 만든 새중앙교회(박중식 목사)가 ‘이혼치유목회’의 선두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새중앙교회의 DCG는 2년 전에 6명의 이혼자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후 현재는 2개 그룹, 50여 명의 인원으로 늘어났다.

토, 일요일 두 차례에 걸쳐 14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 불화·이혼 진행자·이혼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듣고 치유하는 그룹이다. 여기서 권고, 충고, 권면은 금물이다. 이들은 이미 많은 충고와 조언에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을 받아주는 안전한 공동체다. 교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임을 이끄는 정성준 선교사는 “이혼하는 사람들은 실제적인 이혼 외에도 배우자와의 감정적인 이혼과 사회의 냉대와 편견으로 인한 ‘사회와의 이혼’을 경험하는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모른다”며 “이러한 수치심 등 여러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주홍글씨’를 달아 줄 것이 아니라 치유 목회적 차원에서 적절한 개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누리교회(하용조 목사)도 이혼자만을 위한 별도의 예배와 모임을 진행하며 이들의 상한 심령을 치유하는 데 나서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모이는 여성이혼치유학교를 통해서다.
정동섭 교수(가정경영상담아카데미 원장)는 “스위스의 신학자 에밀 브루너가 ‘기독교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결혼과 가정의 붕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다”며 이미 사회병리현상의 하나가 된 이혼 문제에 한국교회가 치유목회차원의 접근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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