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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내 손을 떠날 때 비로소 생명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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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내 손을 떠날 때 비로소 생명을 얻습니다"
  • 정윤석
  • 승인 200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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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대 화백

프랑스의 미술 평론가 질베르 라스꼬는 "안종대의 작품을 통해 우리들은 길의 형태를 볼 수 있다"고 평한 적이 있다. 재불화가 안종대 화백(44). 사람들은 안화백의 작품에서 '길'과 '하나님의 섭리'와 '평안'을 발견한다. 그리고 작품이 뿜어낸 맑은 영혼의 기운에 마음이 정화되는 것까지 느낀다.

이런 작품을 남기기까지 안화백의 삶에는 예술가로서 겪어야 했던 삶의 고뇌들이 짙게 채색되어 있다. 미술에 인생을 걸며 프랑스로 건너간 지 5년쯤 되었을 때.

"화가가 자신의 작품에 생명을 넣을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니가 그린 것은 허상이야!'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고통받기 시작했어요."

돈, 명예, 마약 등 어떤 감각적인 것도 안화백을 자유롭게 해주지 못했다. 그것들은 작품에 생명을 주고 실체가 되게 할 힘이 없는 것들이었다.
"이럴 때 파리의 신실한 분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이들을 만나고 나서 8달 동안 안화백은 미술 작품에 손을 뗀 채 하나님의 작품, 성경에 매달렸다. 이 때 그의 가치관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천년 만년 살 것처럼 착각하고 살았구나.' 짧고 허무한 삶에 대해 인식하면서 안화백은 참 생명되신 하나님을 의지하기 시작했고 하나님은 안화백에게 '위로와 쉼'을 베풀어 주셨다. 이때부터 비로소 그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인정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마음에 가득한 평안은 그의 작품을 더욱 창의력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평면회화만 즐겨 그리던 그가 이후로는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먹으로 고구마 줄기의 그림자 효과를 낸 그림이나 흰색 실로 건축적 구조미를 연출하는 작품에 바나나, 오렌지 껍질을 걸어 놓는 실험을 한 것도 이 때의 일이다. 작품이 구성되어 안화백의 손을 떠나면 그 순간부터 예술품은 하나님의 몫이 되어 시간, 빛, 물에 의해 작품은 탈색되고 영원한 것과 가변적인 것이 무엇인지 일깨우는 작품이 되어 간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아직 완성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1998년~>이런 식으로 작품 연도가 표시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화백의 무대는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세계 각처로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그가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을까? "아내가 '당신은 좋은 작가예요'라며 인정했을 때였죠." 안화백은 소탈하게 말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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