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0 10:51 (토)
목사·장로 동반퇴진 없던 일로?
상태바
목사·장로 동반퇴진 없던 일로?
  • 정윤석
  • 승인 2004.11.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영락교회 제직회 “재신임 물어 처리” 결의

 

최근 서울 영락교회 당회가 담임목사측과 장로측간의 심각한 내홍을 종식시키기 위해 목사·장로 전원 동반퇴진을 결정한 것과 달리 11월 14일 열린 제직회에서 성도들은 목사·장로 당회원의 재신임을 물어 진퇴여부를 처리키로 결의했다. 그러나 장로회 법상 제직회가 당회원의 재신임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장로측이 반발하고 있어 결국 ‘동반사퇴’로 해결의 기미를 보이던 영락교회의 내홍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일 저녁예배 후 1천여 명의 성도들이 모인 가운데 개회된 영락교회 제직회에서 대다수의 성도들은 지금까지 영락교회가 겪어 왔던 담임목사측과 장로측간의 첨예한 갈등의 해법은 전원 동반퇴진이 아니라 일부 장로들의 퇴진에 있다고 성토했다.
제직들은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장로들의 비리와 문제점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도들은 △장로측이 당회장 위에 군림하며 좌지우지 한다 △교회 문제를 세상법정으로 끌고 가 하나님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성도들의 피땀어린 헌금을 유용한다고 주장하는 등 자격을 문제삼았다. 그 때마다 성도들은 “제명해야 한다”고 외쳤고 이는 박수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이철신 담임목사는 당회 주요 안건이 토의되기 전 “당회장으로서 온 교회, 제직회에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교회를 위해 동반퇴진이라는 신앙적 결단을 했지만 감정적 결정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며 기존의 동반퇴진 입장과는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결국 한 성도가 “당회장인 이철신 담임목사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장로 당회원들만의 재신임을 묻는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겨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목사 당회원과 장로 당회원의 전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발의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결국 제직회는 담임목사·장로 당회원의 재신임을 묻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담임목사 반대파’ 장로가 다수인 점을 감안할 때 제직회의 결의를 당회가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의안을 수용할 경우 공동의회를 통해 재신임 투표날짜를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담임목사와 장로들의 진퇴 수순을 밟아가게 된다.

장로측은 제직회의 결의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성립이 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 장로는 “제직회가 목사님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결정을 했겠지만 최고의 치리기구인 당회가 결정한 일을 어떻게 제직회가 뒤집을 수 있느냐”며 “항존직인 장로에 대한 치리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원천적으로 재신임여부를 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며 ‘재신임 결정’에 반박했다.

또한 이 장로는 “목사·장로 전원 동반퇴진이라는 실무 절차를 밟을 6인 위원회까지 구성했는데 2백여명 밖에 나오지 않는 제직회가 갑자기 1천여 명이나 모여 전형적인 여론몰이 형국으로 목사·장로 재신임 결정을 했다”며 “목사님이 먼저 동반퇴진을 제의해 당회가 수락했는데 제직회가 뒤집음으로서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제직회 과정 중에 서울 방배동에 있는 교회 소속의 땅을 당회 허락도 없이 영락교회 유지재단에 소속한 3인의 장로들이 임의대로 팔기로 합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A 집사는 “방배동에 있는 땅의 매각이 진행된다고 하는데 교회가 혼란한 시기에 자중해도 모자랄 장로들이 이런 일을 자행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당회의 결의와 교인들의 총의를 수렴하지도 않고 교회가 필요로 하지도 않는 일을 맘대로 처리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락교회 유지재단의 한 관계자는 “방배동 토지 문제는 은퇴· 원로장로, 선임 장로들과 대화하고 목사님께 보고하는 등 당회에서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이사회에서도 신중하게 처리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던 사안”이라며 “토지 매각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됐고 업무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전면 중단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땅은 평가액이 수백억 대에 이르는 데다 유지재단측의 장로들이 양해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