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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제일교회 가입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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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제일교회 가입 절대 안 된다"
  • 정윤석
  • 승인 200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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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내 큰반발…'이단 규정' 통합도 우려 표명


▲ 서북노회의 임시노회에 참석한 박윤식 목사
예장합동(총회장 서기행 목사) 서북노회(노회장 박충규 목사)가 예장통합(총회장 김태범 목사)이 1991년도에 이단으로 규정한 박윤식 씨의 평강제일교회를 가입시키기로 결정해 교단 내외적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회가 박 씨측의 가입이 가시화되던 시기에 반박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합동측 목회자들이 중심이 된 영성목회연구회(대표 길자연 목사)도 박 씨측의 가입결정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교회갱신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 목사)도 결코 이 문제를 좌시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파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합동측의 박 씨 가입 결정은 박 씨를 유일하게 이단으로 규정한 예장 통합측에서도 중대사안으로 여기고 있어 경우에 따라 양교단간의 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합동측 서북노회는 6월 21일 박 씨가 원로목사로 있는 평강제일교회(이재현 목사)에서 제 9회 임시노회를 열고 평강제일교회 가입의 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날 모인 노회원 153명 중 반대의견을 내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박충규 목사(서북노회 노회장)는 “박윤식 목사의 노회 가입을 위해 3년 반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며 “(그가 이단으로 규정된 이유는)설교에서 토씨 하나, 단어 하나를 갖고 트집을 잡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서북노회측이 연구한 결과 박 씨의 핵심적인 신학 사상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를 영입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서북노회측은 연구 결과물이라며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 목사의 이단성 여부에 관한 보고서’라는 문건도 공개했다.

‘평강제일교회 가입사실확인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충규 목사) 명의의 보고서에서 서북노회측은 △한국교회는 이단이란 잣대를 소위 이단 감별사라는 몇몇 사람의 조사와 연구 자료에 전적으로 의지해 왔다 △한국교회는 이들이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발표한 결과들에만 의존해 이단이냐, 아니냐를 판단해 왔다 △대표적으로 큰 피해를 본 경우가 박윤식 목사와 그가 속한 평강제일교회다 △평강제일교회는 이단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모범적인 하나님의 일꾼과 교회다 △그와 그 교회를 비방 정죄한 자들의 문제성들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이런 불행하고도 무참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발표했다.

서북노회의 결정에 합동측 일부 핵심급 인사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서북노회의 임시노회에는 예장 합동 총무 이재영 목사, 정치부장 김백경 목사, 영남 교직자 협의회장 석병규 목사 등 합동측 일부 실세들이 참석해 축사했다. 이재영 총무는 총회 행정을 맡은 사람으로서 평강제일교회의 가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해 서북노회가 진행하는 ‘박 씨측 가입 안건’에 힘을 실어 줬다.

김백경 정치부장은 “평강제일교회처럼 큰 교회가 합동총회에 가입한 데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합동측 총회 역사에 크게 이바지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석병규 영남교직자 협의회장은 “서북노회가 아주 어려운 문제(박 씨측 가입안건)를 책임지고 감당할 거라 생각하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 박윤식 씨가 원로 목사로 있는 평강제일교회 입구에 합동측 서북노회의 임시노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합동측의 일부 인사들이 서북노회의 결정에 탄력을 실어 주는 가운데 서북노회의 박 씨측 가입결정은 합동 최대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합동측의 한 관계자는 “총회에서 서북노회의 박 씨측 가입 결정안을 긴급안건으로 상정하고 총대들이 반대한다면 이 사안은 원천 무효될 가능성도 있다”며 “결코 그대로 넘길 일이 아니란 것을 합동측의 뜻있는 목회자들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북노회의 박씨측 가입결정건이 순항을 거듭하지 못할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길자연 목사(한기총 전 대표회장, 왕성교회)가 대표로 있는 영성목회 연구회가 서북노회의 행보에 대해 반대성명을 발표하며 공개적으로 ‘박 씨 영입 결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합동측의 내부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합동측 목회자들이 중심이 된 영성목회연구회(영성회)는 6월 29일 기독신문에 ‘현 총회 현안에 심히 우려를 표합니다’라며 박 씨 건과 관련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성회는 이 성명서에서 이단성이 있는 박 씨의 교회를 서북노회가 가입허락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며 총회 인사 중 박 씨와 연계되어 박 씨의 이단성을 옹호 내지 비호하는 자는 퇴출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영성회는 특히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회가 ‘박윤식 씨의 주장에 이단성이 있다’고 발표한 것을 ‘양심적 연구 결과’라고 평가하며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협박, 회유하는 자는 퇴출되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와 함께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원로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교회갱신협의회(교갱협)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지 않을 전망이다.

교갱협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합동측에서 일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며 “8월 중순 경에 열리는 교갱협 수련회에서 1천여 명의 목회자들이 모인 가운데 중요사안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합동측 서북노회 제9회 제1차 임시노회
서북노회의 박 씨측 가입 결정이 가시화될 무렵 이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들은 ‘박 씨의 사상은 개혁주의적인 신학사상과 맞지 않는다’며 박 씨 영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기독신문 6월 8일자에 나온 성명서에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회(회장 박용규 교수)는 “박윤식 씨의 주장과 가르침은 개혁주의 인죄론, 기독론, 구원론, 계시관에 비추어 볼 때 비성경적이고 그 가르침에 있어서 이단성이 있다고 사료된다”고 발표했다. 개혁신학을 표방하는 예장합동측이 수용할 수 없는 사상이기 때문에 박 씨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충고였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도 서북노회가 박 씨측 가입을 결정하자 합동측 내부뿐만 아니라 예장 통합측에서도 이 사안을 놓고 교단간의 우애를 해칠 수 있는 중대 사건으로 보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이 사안은 교단간의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합동측이 통합측에서 이단으로 규정하고 정죄한 사람을 받아주는 것은 한국교회의 기본적인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합동측의 결정은 양대 교단간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장 통합측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는 “예장합동은 형제 교단인갚라는 제목의 6월 28일자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합동측 서북노회는 본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바 있는 박윤식 씨의 평강제일교회마저 가입을 허락함으로 이단을 수용한 노회가 되었다. 함께 힘을 모아 사이비 이단을 대처하고 한국교회 전체의 질서를 회복해야 할 시급한 시기에 이와 같은 일을 일삼게 되면 그동안 지속되어 온 양 교단의 교류 협력과 신뢰 관계는 근본적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합동측 관계자들의 소아적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냉정한 사태 파악이 있기를 바란다.”

결국 예장 합동측 서북노회의 박 씨측 가입결정은 합동측의 신학적 건전성의 현주소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장 통합측과의 신뢰관계를 깨뜨릴 수도 있는 중대사안으로서 교계의 뜨거운 논란 거리로 급격하게 부상하는 현실이다.

▲ 서북노회 임시노회가 열린 평강제일교회, 153명의 노회원을 비롯 평강제일교회측 교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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