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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함이 넘치는 이천 반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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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함이 넘치는 이천 반석교회
  • 정윤석
  • 승인 2001.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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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반석교회
반석교회(담임 김정호 목사)에는 산새, 바람, 나무들의 합창이 무성하다. 한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나무들을 스치는 소리를 들을라치면 휴양이 필요없을 것만 같은 시원함과 한적함이 느껴진다. 자연의 풍성함이 주는 부요함에 배가 부를 것도 같다.

교회 마당에는 농구골대가 하나 서 있고, 그 옆에는 밥을 짓기 위함인지 커다란 가마솥이 놓여 있다. 주일에 이곳에 오면 군불을 뗀 가마솥에서 갓 지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천 쌀밥을 맛볼 수 있을 듯하다.

반석교회에는 자연과 환경만이 풍족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풍성함이 있다. 소그룹을 강조하며 교회의 비전을 세우는 젊은 목회자와, 지역사회의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 교인들과, 도심지에서도 교회까지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성도들이 힘을 모아 하나님의 나라를 실천하려는 움직임들로 인해 생긴 풍성함이다.

이런 어우러짐으로 반석교회는 자랑거리가 많다. 경기도 이천에서도 약간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의 지역 주민 68세대 중 80%가 반석교회에 출석한다. 김정호 목사는 이렇게 높은 복음화의 가장 큰 요인을 성도들의 전도에 대한 열정에서 찾는다. 특히 전도는 농촌지역인 이곳에서 지역사회의 경조사, 농사일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는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소그룹이 자리하고 있어 교인들의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사물놀이 사역반, 국악선교단 등이 그것이다. 소그룹이 교회에 자리함으로 성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교회와 연결하며 신앙을 키울 수 있게 되어 있다. 계절마다 <반석>이란 제호의 신문도 발간한다. 여기에는 초등학교 1학년의 동시부터 장로의 글까지 다양한 창작글이 실린다. 교인 동정의 이모저모도 살펴볼 수 있다.

지역 경조사의 대부분을 교회에서

"반석교회 안 다니고는 결혼식도 제대로 못하겠어!" 농담처럼 마을 주민이 던진 말이라지만 이는 30여 년 간 이천시 고백 1리의 작은 마을에 위치하며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었던 반석교회의 힘을 대변해 준다. 창립시부터 이 교회를 출석한 김찬호 장로는 "지금까지 마을에서 일어난 경조사의 대부분은 교회에서 맡아서 했을 정도"라고 소개한다. 결혼식, 장례식이 반석교회를 거치지 않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도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반석교회의 김장로부터 찾았다. 그러면 김장로는 교회의 결집된 힘으로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적인 섬김을 다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지역사회에 참여했어요. 결혼식을 하는 주민이 있으면 교회 성도들이 힘을 모아 이틀이고, 사흘이고 행사 준비부터 끝까지 도와 줬죠. 초상집 일도 마찬가지였죠."

한 마디로 교회가 지역의 궂은 일은 도맡아 해 온 것이다. 심지어 마을 주민이 별세할 때는 이런 유언을 남길 정도였다. '반드시 교회장으로 치르고 반석교회에 장례절차를 맡겨 달라'고. 이런 자손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을리 만무했다.

한 교회가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숨쉬며 자리매김한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현재 반석교회 주변의 80% 이상이 반석교회 교인이 된 것이다.

이는 농사를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장로는 말한다. "농업을 업으로 삼는 우리들은 주일을 성수하기 위해 평일에는 교인들이 모두 힘을 모아 농사를 같이 했고, 효율적인 농사를 위해 선진 영농기술을 믿지 않는 사람보다 먼저 도입하여 경작을 했죠."

이로 인해 마을에서는 "반석교회 안 나가는 사람은 농사도 못 짓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지금도 성도들은 모든 일에 열정적이다. 김정호 담임목사의 교인들에 대한 자부심도 교인들이 순수하고 전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점에 있다. 최근 반석교회는 새 가족들을 위한 장소를 카페처럼 아늑하게 꾸몄다. 성도들이 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정호 목사는 "조촐하게 꾸미길 원했는데 이렇게 해 놨네요"라며 교인들의 교회에 대한 애착과 열심에 흐뭇한 기색이었다.

소그룹으로 세분화된 평신도의 역량

반석교회 출석교인은 장년이 약 130에서 150여 명. 주일학교까지 합치면 약 250명이다. 교인들은 서로 힘을 모아 작은 소그룹 위원회를 조직하고 평신도들 각자가 역량을 모아 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기도 하고 해산하기도 한다. 자율성이 부여된 것이다. 구성된 소그룹은 다양하다. 국악선교단, 사물놀이 사역반 등. 평신도들의 지도력을 수용하고 자기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징징짚·· 따당 따당 따당 ···' 반석교회의 소그룹 활동 중 사물놀이반은 아주 활성화된 모임 중 하나다. 북, 꽹과리, 징, 장구를 이용하여 하나님을 찬양하는 소그룹. 교인 중 학창 시절에 국악을 배운 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임은 국악찬양선교단과 연계되어 우리 나라 고유의 국악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 특히 60세 이상부터 90세까지의 노인들에게 국악을 가르치고 12월 25일에는 이들이 국악선교단과 함께 성가대를 선다. 이 일을 기화로 국악 선교단은 3년 동안 국악 찬양을 하며 외부의 초청까지 받는 성가대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농촌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노인 인구를 교회에서 효과적으로 소화해 낸 경우이다.

반석교회는 앞으로 가정 상담을 할 수 있는 소그룹도 구상중이다. 가정 내에 불화가 있어도 마음을 터놓고 상담할 곳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상담의 대상에는 신앙인, 비신앙인의 구분이 없다. 현재 최규수 사모가 먼 안목을 가지고 치유목회 연구원(정태기 교수)에서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차후로 교회의 성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위함이다.

김목사의 지론은 교회의 모든 프로그램이 교회 '내부'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석교회의 모든 행사는 선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중 장애인 공동체 10여 명을 모두 초청해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교인들의 기억에 남는 행사였다. 물론 이들이 중증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교인들과 1:1로 맺어져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신도들은 많은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자유는 사랑을 위해 사용될 때 위대해진다는 법칙에 눈을 뜬 것이다.

이 일에 대해 김정호 목사는 앞으로 사정이 허락되는 대로 한 걸음씩 다른 선교회와의 연계를 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인들의 역량의 물꼬를 잘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산새, 바람, 나무들의 합창이 무성한 이천시 고백 1리의 반석교회. 그곳은 지금 한 젊은 목회자의 비전과 성도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또 다른 합창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잠깐데이트

"농촌 언어를 배우는게 가장 힘들었어요"

▲ 반석교회 담임 이정호 목사
김정호 목사의 마음에는 '그리스도의 주됨과 목회자의 종됨' 이라는 목회 의식이 분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그 동안 보여 왔던 성장주의의 병폐를 답습하지 말자'는 마음도 굳건하다. 그래서 김목사는 "자신의 역량을 넘어 부채를 지고 세운 교회 건물에는 의미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도심지의 개척 마인드를 갖고 '몇 년만에 몇 명'하는 식의 무의미한 목회관과 왜곡된 교회상의 회복을 큰 과제로 꼽은 것이다. 김목사가 유기농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 강사를 초청하여 마을 주민들과 나누는 것도, 녹색 환경이라는 간행물을 보며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모두 나름대로 농촌에 어울리는 교회 모델을 세워가기 위함이다. 평창에서 6년 여, 현재의 반석교회에서 2년 반 정도 농촌목회를 하며 김목사가 체득한 목회방침이다.

김목사가 농촌목회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키에르케고르의 유신론적 실존주의니 뭐니 하는 언어에 익숙했는데, 농촌에 와서는 농촌의 언어를 다시 배워야 했어요."

농촌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체득하는 것이 김목사에게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아직도 그들의 언어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이 김목사의 목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목사는 현재 성도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 성도가 얼마 전 제게 와서 이런 말을 했어요. '하나님의 나라 건설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며 그 나라를 건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입니다. 이런 게 바로 농촌 목회에서 얻는 보람이죠."

지금 반석교회는 새로운 언어가 한창이다. 그것은 도심지의 문화도, 농촌의 언어도 아니었다.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그 나라의 언어가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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