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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를 떨어뜨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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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를 떨어뜨렸을까?
  • 정윤석
  • 승인 2009.02.13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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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서 유명해진 여자들은 많다. 임진왜란 당시 논개는 왜장 게야무라 로구스케를 껴 안고 떨어졌다. 역사는 그녀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시인 변영로는 논개의 충정을 기리며 시까지 지었다. 거룩한 분노와 불붙는 정열이 그녀를 강물로 뛰어내리게 만든 것이다.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단체로 떨어진 예가 있다. 의자왕이 거느렸다던 3천 궁녀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멸망한 것을 알고 한꺼번에 백마강이 있던 그곳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들이 떨어지던 모습이 한포기 꽃과 같다고 해서 ‘낙화암’이라고 불렀다.

이어령 교수는 ‘낙화암’이라는 시를 지었다. “아직 사랑과 젊음이 다 하지 않았는데 누굴까 저 꽃들을 지라 한 것은?”이라고 물으며 3천궁녀를 강물로 떨어뜨린 것은 ‘역사’라고 말했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떨어진 여자를 몇 명 안다. 그녀는 위에 언급한 사람들처럼 떨어졌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 4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나 논개나 3천궁녀처럼 죽지는 않았다. 그녀는 왜 4층에서 뛰어내렸을까?

그녀는 소위 교주를 신격화하는 이단단체에 다녔었다. 물론 부모님께는 비밀로 했다. 집사님이었던 두 부부가 이 사실을 알고 ‘아이구 내 새끼 정말 잘 선택했다’ 할 리가 없다. 그곳에 가는 것을 막고 절대 다니지 못하도록 혼을 냈다. 부모 마음은 그랬을 것이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욱 많은 할배가 육체로 영생한다고 주장하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예수님의 영이 임해서 인간이 이 시대의 구원자가 됐다니 말이나 되는가?’ 결사반대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녀도 정당한 방법으로는 그 곳을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부모를 속이기 시작했다. “엄마, 나 오늘 친구 결혼식이야, 좀 다녀올게”, “나 오늘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늦게 들어가”, “오늘 친구네 집에서 자기로 했는데 허락해줘”라고 온갖 말을 지어내며 이단단체에 계속적으로 출석했다.

맞벌이로 바쁜 생활을 하는 부모, 너무도 착했던 그녀를 믿었다. 그러나 그녀가 지나치게 도서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의 가방을 뒤져보았다. 교주를 신격화하는 단체의 공부 테이프, 노트 필기, 책자가 발견됐다. 부모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아무 곳도 가지 못하게 감시하기 시작했다. 부모는 외출할 때면 밖에서 문을 걸어 잠궜다. 집에 갇혀 있던 그녀는 어느날 베란다 밑을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집은 아파트 4층이었다. 대략 10여m. 뛰어내릴 만큼 만만한 높이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교주를 신격화하는 그 단체에서 말씀을 배우지 않으면 ‘영이 죽을 것’만 같았다. 궁리 끝에 뛰어내리기로 결심했다. 그냥 뛰어내리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묘안이 떠올랐다. 이불을 던진 다음에 그 위로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그대로 실행했다. 이불을 던졌다. 곧바로 그 위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날은 하필 바람이 몹시도 많이 부는 날이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불은 날아가고 그녀의 몸만 떨어졌다.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병원이었다. 발목·갈비·척추뼈에 금이가거나 부러져 있었다. 병원에서 육 개월 정도 치료를 받았다. 목발을 짚고 거동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리고 나서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목발을 짚고 다시 교주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논개는 역사가 떠밀었다고 한다. 3천궁녀도 역사가 밀어서 뛰어내리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녀를 4층에서 뛰어내리게 한 것은 무엇이일까? 논개의 기개? 아니면 역사? 그녀는 이제 그 이단단체를 나왔다. 거짓된 교리에 속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 그녀에게 ‘당신을 뛰어내리게 한 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그녀는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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