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의 '관계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합동측(총회장 김동권 목사) 평북노회 가입에 일단 성공함으로써 교계의 민감한 시선을 끌고 있는 박철수 목사가 지난 8월 8일자 <기독신문>에 믿겨지지 않는 내용의 글을 광고면에 발표했다. 박목사는 '새생활 영성 훈련원에 대한, 박철수 목사의 입장'이란 제목의 글(자료)에서 합동측이 지난 해 총회의 결의로 지적한 사항 전반에 대해 전폭적으로 잘못을 시인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제점은 수정 보완하고, 잘못된 책자들은 회수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발표한 글을 골자적으로 보면 ▲ 자신을 비롯한 부교역자, 교인들을 예장합동측의 신앙노선으로 재교육을 시키겠다 ▲ 제85회 총회 보고서에서 지적받은 잘못된 사상과 오류들은 전폭적으로 버리겠다(여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들은 '모두' 버리겠다는 항목이 포함되었다) ▲ 기독교영성신학원 교수들을 예장합동측 인사로 적극 대체하겠다 ▲ 새생활 영성 훈련원의 교육용 교재는 합동측의 검증과 지도를 받겠다 ▲ 문제로 지적받은 새생활 훈련원 교재는 전면 회수 폐기 처분하겠다 ▲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면 적극 수용하여 언제든지 그리스도안에서 버릴 것을 약속한다는 등의 파격적인 내용이다.
이대로만 본다면, 박철수 목사는 자신의 문제있는 사상과 영성상담 방법들을 버릴 것을 천명한 것으로 비칠 정도이다. 자신의 잘못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완전히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목사의 이런 자세에도 불구, 합동측 내부에 '과연 이 내용이 진심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시각이 분명히 있다. 즉 박목사가 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이 아닌가 하는 의혹인 것이다.
박목사가 가입한 합동측 평북노회의 한 관계자는 "박목사의 행동은 9월에 있을 교단 총회의 결의를 다분히 의식한 면피용이다"고 잘라 말했다. 한 사람의 바탕이 성명서 하나로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총회를 앞두고 나온 성명서라면 그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지 진실한 뉘우침은 아니라는 것이다.
합동측 이단사상조사연구위원회(위원장 하구봉 목사)의 한 관계자도 박목사의 발표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보였다.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한 것은 좋지만 그게 어디 의지만 가지고 될 일인가? 각론으로 들어가서 구체적으로 뭐가 달라졌는지 결과물이 없는 이상 박목사에 대한 규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총회가 임박해서 성명서를 냈는데 이는 제스처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
박목사의 발표문이 나온 때가 오히려 좋지 않은 '때'라는 지적이다. '총회용'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합동측 인사들의 이러한 의구심은 지금까지 보인 박목사의 태도를 봤을 때 상당히 타당성 있는 문제제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동안 박목사가 취한 태도를 보면 두 가지 전혀 상반된 면, 또는 이중성이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박목사는 본지의 확인 과정에서는 늘 자신의 사상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고 초지일관된 주장을 해왔다. 굳이 문제가 있다면 단순히 용어 문제이거나 영성신학이 도입되는 과정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문제가 연구 안건으로 상정된 교단의 총회를 앞두고는 그의 이 같은 입장은 갑자기 돌변하게 된다. '문제없다'는 입장에서 태도를 완전히 돌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을 고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는 등 '갈 지(之)' 자 행보를 보인 것이다.
박철수 목사 문제가 교계의 본격적인 비판대 위에 올라온 것은 지난 해 상반기부터이다. 그런데 작년 4월 17일 박목사는 본지와의 첫번째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자신의 '영성신학'에는 어떠한 오류도 없다며 당당한 입장을 취했다. 문제가 있다면, 강사들의 표현 방법 등에 오해의 여지가 다소 있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생판정과 신앙단계 구분으로 특징되는 '영성상담', 영혼의 인격과 육체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육체이탈 사상' 등에 대해 오류가 없다고 강변했다. 이는 박목사가 본지의 1차 비판보도에 대해 반론한 글(2000년 6월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 바 있다.
이토록 자신의 문제 없음을 소리 높여 항변하며 본지에 반론까지 폈던 박목사는 그로부터 4개월 후 의외의 행보를 하게 된다. 자신의 사상을 연구하여 총회 앞에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인 합동측 신학부에 다분히 꼬리를 내리는 서약서를 제출한 것이다. 신학적 지도를 전폭 수용하고 지적해 주는 대로 고치겠다는 서약서였는데, 그게 바로 총회를 코앞에 둔 8월 3일의 일이었다.
"선한 충고를 아끼지 않으신 신학부 조사위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 지적하여 주시는 신학적 지도에 대하여 전폭 수용하겠으며, 본인이 발간한 책에 대해서도 지적해 주시는 대로 수정 내지 보완하겠습니다. 저의 신학적 체계의 부족한 점은 합동측 신학 노선에 일치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빠른 시일내에 최선을 다하여 노력할 것을 서약합니다."
그의 이 같은 서약서는 효력을 발생하여 박목사에 대한 합동측의 결론은 '이단 또는 이단성 있다'가 아닌 '한 회기 동안 지켜보되 관계는 금한다'는 것이 되었다. 어쨌거나 본지의 문제제기 내용과 합동측 신학부의 지적이 본질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목사의 행보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도 박목사의 이중 행보는 우스꽝스럽게도 복사본처럼 똑같이 되풀이됐다. 총회의 관계금지 결의를 무시한 채 합동측 평북노회가 박목사를 회원으로 받아들인 사건이 발생하여 그의 변화유무를 확인코자 지난 6월 16일 기자는 박목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 때 박목사는 합동측도 지적한 육체이탈 또는 영육 분리 문제에 대해 분명히 "영과 육이 분리되는 것은 인간의 영에 대한 인식을 깨우치기 위해 하는 일이고, 새로운 인식을 주시는 하나님의 역사다"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게다가 합동측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 있는, 새생활영성훈련원 각 지원에서 상담자들이 사진을 보고서 한 사람의 영적 상태를 진단하고 신앙단계를 구분하는 행위에 대해 "뭐가 문제인가? 지금도 그렇게 한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런 태도를 보였던 박목사가 2개월 후 느닷없이 <기독신문> 8월 8일자에 또다시 전향적인 태도의 글을 발표하여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보였던 태도와 달리 총회를 앞두고 파격적인 '유턴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합동측 신학부는 박목사에 대한 1년간의 검증 결과를 이번 총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따라서 중한 결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렇게 반복되는 박목사 행보의 심연에 흐르는 진실을 다시 확인해보는 것은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기자는 8월 17일 박목사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박목사가 이번에 합동측 교단지인 <기독신문>에 발표한 글과는 달리 '아직도' 그에게 잘못된 영성사상(신학)의 본질적인 수정이 일어났다거나 일어날 징후는 또다시 확인되지 않았다(별도 인터뷰 기사 참고). 역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 신학적인 용어 등 '외형'일 뿐이다.
인터뷰를 통해 박목사는 여전히 신학적인 용어 수정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목사는 "경험적인 언어를 신학적인 언어로 바꾸고 있다"며 몇 가지 예를 제시했다. 영혼의 영성을 구원이란 용어로 바꾸고, 권능은 은사부분으로 바꾸겠다는 것 등이다. 바꾸겠다고 한 것의 대표적인 예가 용어의 수정인 셈이다. 단지 주목되는 구체적인 조치는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영성훈련입문>이나 <변화된 삶을 경험하라> 등 영성훈련 입문과정에서 사용하며 말이 많았던 교재들을 폐기하겠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또한 박목사의 주장에 비춰볼 때, 본질적인 잘못을 시인하여 내린 조치라기보다는 용어 적용의 부적절성을 시인하는 정도의 의미에서 내린 조치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합동측은 박목사의 외형적 용어 수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그가 보여온 사상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박목사가 치열하게 직시할 사항이다. 합동측의 지난 해 보고서는 ▲ 체험을 중시하는 교리체계 ▲ 인간론 중에서도 가장 성경을 이탈하는 것은 영을 또 하나의 개체로 보는 것 ▲ 영의 중생, 자람, 훈련, 성장, 성숙시키는 개념 ▲ 성령의 내적 사역과 은사적 사역의 구분 ▲ 중생과 신앙단계를 구분하는 영성상담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박목사는 영과 육의 분리 문제와 영성 상담에 관한 부분 등 구체적인 항목에 이르면 여전히 자신이 성경적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최근에 발표한 글을 통해 밝힌 입장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이다. 즉 두루뭉수리하게 합동측의 지적을 전폭 수용한다고 밝히고만 있지, 지금까지 문제가 되어 시정을 요구받은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면 끝내 '고집'을 꺽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박철수 목사의 속 진심은 무엇인가? 현재 박목사가 합동측에 보인 공식적인(형식적인) 모습은 그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기보다는 다가오는 9월 총회에서 행정적인 조치를 피하기 위해 취한 제스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현실이다. 한편 예장 통합측에서도 박철수 목사에 대한 연구가 완료되어 이번 총회에 보고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통합측 이단대책위원회는 박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알려진 시점 이후로도 9월 총회 때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제법 있다는 점이 상황 변수로 남아 있다.
자료 : 8월 8일자 기독신문에 광고로 실린 박철수 목사 발표문
"새생활 영성 훈련원에 대한, 박철수 목사의 입장"
주님의 은총이 한국교회와 교계 지도자들 위에 항상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해 9월 제 85회 총회 신학부에서 새생활 영성 훈련원 박철수 목사의 비성경적 사상과, 검증되지 않은 비신학적 용어 사용 등,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해 주신 바 있었습니다(제 85회 총회 보고서 p. 447-453 참조). 그 이후 박철수 목사와 새생활 영성 훈련원은 이미 보고서에, 서약한 대로 지적받은 사항 전반을 전폭 수용하고 수정보완 및 폐기할 의지를 가지고, 지난 2001년 1월 17일자 기독신문 제 1329호 p.17면 광고란에 "제 85회 총회의 비판에 대한 감사의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성명한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기독교 영성운동본부 새생활 영성훈련원의 사역전반을 내부에서부터 제 85회 총회이후 다음과 같이 시정, 보완 폐기 및 개혁을 시행하고 있음을 삼가 말씀드립니다.
1. 기독교영성운동본부 대표 박철수 목사와 새생활 영성훈련원은 예장 합동의 신학적 노선(칼빈주의)에 전폭적으로 따르겠습니다.
1) 아시아교회 박철수 목사는 칼빈주의 신학사상 및 신앙 확립을 위해 총회 교육기관에서 재교육 받기를 소원합니다.
2) 아시아교회 부교역자들도 칼빈주의 신학 사상 및 신앙으로 재교육받도록 하겠습니다.
3) 교인들의 그간 잘못 교육된 신학사상과 신앙에 대하여는 재교육을 통하여 수정보완하겠습니다.
4) 앞으로의 영성운동도 칼빈주의적 신학적 방법과 신앙으로 철저히 개편하여 나아가겠습니다.
2. 제 85회 총회 보고서에서 지적받은 잘못된 사상과 오류들은 전폭적으로 버리겠습니다.
1) 체험중심의 사상전개를 칼빈주의적 성경 중심 사상으로 바꾸겠습니다.
2) 검증되지 않은 비신학적 용어사용을 전폭 수정하고 보완하겠습니다.
3) 자의적 성경해석을 버리고 칼빈주의적 성경해석 방법으로 학습하며 수정보완하겠습니다.
4)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들은 모두 버리겠습니다.
3. 기독교영성신학원의 교수요원들을 예장합동측 인사들로 적극대체하겠습니다.
1) 새생활영성훈련원 외래강사는 앞으로 합동측 교단인사들을 주초빙하여 건전한 칼빈주의 신학과 신앙으로 훈련토록 하겠습니다.
4. 새생활영성훈련원 교육용 교재는 개혁주의 사상과 조직신학에 근간한 교재로 전면개편 중에 있으며, 합동측의 검증과 지도를 받겠습니다.
1) 입문과정, 기본과정, 교재는 조직신학에 근간 교재(기독교입문, 가재본)를 예장합동의 감수내지 검증을 받고 출판하겠습니다.
2) 교재전편을 새로운 칼빈주의 사상으로 개편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도를 바랍니다.
5. 문제로 지적받은 새생활훈련원 교재(영성훈련입문, 변화된 삶을 경험하라)는 전면 회수 폐기처분하겠습니다.
1) 문제의 2권의 책은 이미 지난 3월 총판(생명의 말씀사)으로부터 단절(품절)시켰습니다.
2) 시중서점의 책들은 회수조치하여 폐기하고 있습니다.
3) 전국지원에서 사용중인 교재는 새로 개편되는 교재와 교체하는대로 회수폐기하겠습니다.
6. 전국지원을 통한 사역으로 인하여 지역교회 및 뜻있는 목회자들에게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친 점을 거듭 사과드립니다.
7. 저는 저의 남은 여생 오직 하나님의 영광과 한국교회에 건전한 영성훈련을 위해 헌신코자 합니다.
8. 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여 주시면 적극 수용하여 저의 잘못된 것은 언제든지 그리스도안에서 버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앞으로도 한국교회에 선후배 여러분들의 지도편달을 바라며 부족한 저와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1년 8월 5일
대한예수교 장로회 아시아교회 담임
기독교 영성 운동 본부 새생활 영성훈련원 대표
박철수 목사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