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9 14:27 (금)
“성도들의 따스한 친구가 되렵니다”
상태바
“성도들의 따스한 친구가 되렵니다”
  • 정윤석
  • 승인 2012.06.28 2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드니새순교회 담임 청빙받은 라준석 목사


▲ 설교하는 라준석 목사(사진제공: 호주 크리스찬리뷰)

서울 이촌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라준석 목사(51세)를 만났다. 라 목사는 올초 강동온누리교회를 사임하고 호주 시드니새순교회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았다. 취임식은 오는 주일(7월 1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용어로 그를 표현하자면 까칠한 도시의 남자, ‘까도남’ 정도가 될 거 같다. 그만큼 라 목사에게선 정갈한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태생부터 그는 충청북도 충주, 시골 출신이다. 강과 산이 주는 자연의 풍요로움이 그의 정서 속에 짙게 배어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악착같은 삶의 엑기스를 맛볼 수 있는 시장통 속에 그의 집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를 충주·청주에서 그렇게 보냈다. 보기와 달리 어디서든 잘 적응하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스타일이다. 선교지에 가면 찬란하게 빛을 발할 정도의 식성이다.

학부는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교회 전도사의 권유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수련회에 참석했을 때다. 기도하며 은혜를 받고 주님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기도하던 중 갑자기 찬송가가 떠올랐다. “내 너를 위하여 몸 버려 피 흘려 네 죄를 속하여 살 길을 주었다 너 위해 몸을 주건만 날 무엇 주느냐.” 어린 마음에 “주님 제 인생을 드리겠습니다”라고 기도하며 목회자가 될 꿈을 꿨다. 목회가 꿈인 그에게 ‘폭넓게 경험하고 사고하라’며 전도사가 일반대학에 진학할 것을 권했다.

그래서 연대 철학과를 진학, 졸업하게 됐다. 그곳에서 공부하며 혹시라도 회의와 방황에 빠져 목회자가 되려는 꿈을 접었던 적은 없을까? 라 목사는 단 한번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오히려 철학을 통해 진리 자체의 고민을 하기보다 진리에 대한 진지한 자세, 깊이 있는 의식, 효과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고 설명한다.

▲ 성도들과 함께 찬양하는 라준석 목사

라 목사는 온누리교회에 부임해서 17년간을 사역했다. 하용조 목사는 그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라 목사는 그분을 친구 같은 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라 목사는 조심스럽게 덧붙여서 설명했다. “내가 그분을 친구로 생각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분이 제게 친구처럼 다가오셨다는 의미예요.” 하 목사는 정말 친구처럼 허심탄회하게 라 목사에게 다가왔다. 장례식장에서도 유족 중 한 사람이 “하 목사님께서 몸이 아프고 어려울 때 라 목사님은 가장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였습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렇게 말하는 라 목사의 얼굴에 친형 같았던 한 목회자에 대한 그리움이 스친다.

친구처럼, 맏형처럼 든든했던 하 목사 곁에서 그는 청년부 사역, 가정 사역을 배웠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온누리교회 청년부 사역, 가정 사역하면 라준석 목사를 쉽게 떠올리곤 한다. 나이는 51세지만 그는 주례만 800여회를 했다.

그들 중 이혼한 사람은 없을까?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물어봤다. 2~3 쌍이 마음 아픈 길을 걷게 됐다고 답하면서 그는 가정 행복의 비결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라 목사는 말한다. 행복에도 그것을 창출할 수 있는 ‘코드’가 있다고. 말씀에서 그 코드를 뽑았다. 창 2:18이다. 이 말씀에선 ‘짝꿍’코드를 커냈다. 부부는 돕는 배필이다. 쉽게 말해 짝꿍 코드라는 것이다. 부부는 가치는 동일하지만 역할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내를 하나님이 주신 평생의 ‘짝꿍’으로 여기라는 것이다.

다음은 고백코드라고 말한다. 이 역시 창 2:23에서 뽑았다. 라 목사는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좋다고 고백하세요”고 강조한다. 마치 아담이 하와를 보고 ‘내 살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라고 명시를 읊으며 고백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좋은 말로 고백하고 칭찬해야 한다. 그러면 고백하는 사람의 마음을 상대가 읽게 되고 받는 사람은 마음이 좋아지는 사건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가끔 사람들이 “말 안해도 내 맘 알지?”라고 한다. 라 목사는 그러면 아무런 사건도, 역사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용납’코드다.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한 아담·하와처럼 가정에서 서로의 단점, 연약한 점을 감싸주라는 의미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보니 라 목사가 말하는 이 3가지 코드는 가정뿐 아니라 목회, 사회생활 등 전 사회적 영역에 통용될 수 있는 ‘코드’였다.

라 목사의 앞에는 이제 새로운 사역지가 기다리고 있다. 시드니새순교회다. 그곳에서 그는 목회라는 연주를 해보려고 한다. 라 목사는 자신의 가정에 대해 설명한다. 아내 최효연(51), 큰 아들 정흠(23), 작은 아들 경흠(21)과 함께 꾸려가는 가정에 대해 말하는 그의 표정과 말에서 부드러움과 화목한 느낌이 향기처럼 풍긴다. 라 목사가 꿈꾸는 시드니새순교회의 목회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아마도 라 목사는 시드니새순교회를 가정같은 교회로 만들 꿈, 성도들에게는 친구처럼 다가가는 목회자가 될 것을 꿈꾸고 있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