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하나님의 섭리사역에는 통상섭리의 차원을 뛰어 넘어 ‘특별섭리’(特別攝理)와 ‘비상섭리’(非常攝理)의 방식도 있는데, 이것은 “기도에 대한 응답”이나 “고통(苦痛)에서의 구출”을 통해서 은혜롭게 임하는 긴급한 “신적 간섭”(干涉)인 것이다. 이에 대한 더 좋은 표현은 “하나님의 자유로운 초자연적 통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상섭리’(通常攝理)는 하나님께서 이미 만드신 ‘자연법칙’(自然法則=內在的 原理)에 의하여 역사하시는 ‘섭리방식’이요, ‘비상섭리’는 역사 속에서 가끔 “하나님의 직접동작으로 역사하시는 비상한 방식”인데, 제이원인의 매개 없이 초월적이며 초자연적 방식(超越的 超自然的 方式)으로 일하시어 ‘이적’(異蹟)과 ‘기사’(奇事)를 행하시는 ‘섭리방식’이다. 즉, 하나님의 “현재적인 직접적 통치사역”이다. 다시 말해서 이는 “하나님의 초자연적 권능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오는 “하나님의 통치사역”이라고 할 수 있는 바, 결코 우리 인간(피조물)으로서는 하나님의 사역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고 항변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손기철 박사의 치유사역은 일단 지극히 당연한 사역으로 보인다. 다만,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치유사역은 일종의 이적(異蹟)과 기사(奇事)를 행하시는 비상섭리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 개연성(蓋然性)과 가능성(可能性)은 우리가 확실히 믿어야 하겠지만, 통상섭리와 같이 너무 빈번한 현상이 자주 발현하게 되면, 유대인들이 이적을 지나치게 기대하고 사모하여 이적주의에 빠진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의한 구원사역보다 치유(이적기사)로 인한 구원사역을 더 높이게 되므로 삼가 유의(留意)할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2.『알고 싶어요, 하나님의 나라』(서울: 두란노서원, 2013)와『킹덤 빌더』(서울: 규장, 2015):
손기철 박사의 치유 사역의 기초는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차원의 강조이다. 그는 치유를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증표로 바라본다. 그러나 그는 전체적인 하나님 나라의 개념에 대해,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나님의 통치 주권으로서의 하나님 나라를 함께 주장함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미래적 차원의 약화를 방지하며 균형을 잡는다. 또한 그는 하나님 나라 개념을 개인적인 치유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 공동체적인 치유를 함께 주장한다. 이것은 HTM의 사역 중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킹덤 빌더를 세우는 사역에서도 나타난다. 킹덤 빌더는 이 세대를 본받지 않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려는 정신인 “킹덤 멘털리티(Kingdom mentality)”를 가진 성도이다. 킹덤 멘털리티는 “이 땅에서 죄인이 의인이 되려고 애쓰는 하늘을 쳐다보는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서 의인이 주의 뜻을 이루려는 관점에서 이 땅을 내려다보는 관점”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이러한 킹덤 멘털리티를 가지도록 훈련받은 킹덤 빌더들은 자신들이 교회가 되어 세상 속으로 나아가 세상에 변혁과 치유를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일찍이 존 윔버도 그의 책, 제1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다루면서, 도표(19p)를 제시하면서, 그리스도의 사역을 모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첫째, “회개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했고,” 둘째, “마귀들을 쫓아내시고, 병자를 고치시고, 죽은 자를 살리셨다.”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임재요,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의 실연(Demonstration)이라고 말한다.
3.『고맙습니다, 성령님』(서울: 규장, 2012)과『기름 부으심이 넘치는 치유와 권능』(서울: 두란노, 2014):
손기철 박사는 삼위일체의 하나님으로 믿으며, “성령을 어떤 알 수 없는 기묘한 능력이나 에너지로 취급한다든지, 하나님을 돕는 분 정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성령 하나님을 존귀하게 경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이하게 성령의 임재를 “내주, 성령세례, 성령충만”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성령의 내주는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입술로 고백할 때, 성령님이 우리 속에 거하심을 말하지만,” 성령이 우리 안에 내주하신다고 해서 우리 삶을 온전히 인도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내어드린 만큼 인도하시고, 성령세례에 대하여 “성령은 무소부재하시지만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강력하게 임하실 때가 있는데, 바로 이때에 그 체험을 받게 된다.”고 말했고, 성령충만에 대해서는 “이러한 성령세례를 받은 후에, 그 결과로서 성령이 삶을 온전히 주도할 때라고 말하고, 성령충만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성령세례 이후의 성령충만과 기름부음을 구별하고, 그는 “성령의 권능이 나타날 때의 상태를 기름 부으심이라”고 표현한다.” 즉, ‘기름 부으심’은 ‘함께 거하심’과 ‘안에 거하심’과는 다른데, 그것은 ‘위로부터 임하심’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즉 “기름부음으로 인한 권능은 ‘우리 위에 임하시는 그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우리 안에 거하시는 그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초월하시는 성령님과 내주하시는 성령님을 동일한 성령님으로 보지 않고, 다른 분으로 해석하는 문제를 야기(惹起)시킨다.
또 이러한 기름부음을 받는 방법으로서, 기름부음 받은 사역자에 의한 전이(轉移)의 가능성과 이것을 위한 기름부음 받은 사역자의 역할을 말한다. 안수(按手)는 기름 부으심의 전이를 위해 사용되는 중요한 도구인데, 그에 의하면, 이것은 마치 발전소에서 전기가 전선을 타고 흘러 들어와 스위치를 올릴 때, 전구가 켜지듯이 기도자의 손끝까지 임한 하나님의 권능이 기도 받는 자의 신체에 접촉되었을 때,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이 접촉점이 믿음이며 전선은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1985년에 미국의 존 윔버가 쓴『능력전도: 오늘날의 이적과 기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표현과 주장들이 나온다. 윔버는 이 책을 10장에 걸쳐 기술하고 있는데, “제1장 하나님 나라, 제2장 능력의 마주침(접촉), 제3장 능력전도, 제4장 신적 약속, 제5장 이적기사와 세계관, 제6장 예수의 사역, 제7장 초대교회의 이적기사, 제8장 다음 단계, 제9장 성령에 의한 능력부어주심, 제10장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고, 부록(附錄)으로 “교회사의 이적기사들과 20세기의 이적기사들”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기름 부으심, 즉 “안수 기도자에 의한 능력전이”에 대해서는 상당히 위험한 요소를 내포한다. 무엇보다도, 안수 기도자에 의한 능력전이가 과연 성경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요한 교수의 말처럼, 성경 속에 능력전이로 볼 여지가 있는 구절들이 있지만(예; 민11:25, 왕하2:9), 이것을 일반적으로 정형화하는 것은 역시 위험하다. 그리고 최윤배 교수의 말처럼, 능력 전이에 있어서, 인간이 성령의 도구나 통로의 역할을 넘어서, 주체적이고 주권적인 역할을 할 위험성도 없지 않아 있다.
4.『왕의 기도』(서울: 규장, 2008/2014)와『치유기도』(서울: 규장, 2009/2014):
손기철 박사는 하나님 나라의 개념과 연관하여, 킹덤 빌더(Kingdom Builder)들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방법으로서 ‘왕의 기도’를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왕의 기도는 이 땅에서 하늘로 오르신 예수님만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서 성령 안에서 이 땅을 바라보며 주의 뜻을 이루는 자가 행하는 기도이다.” 그는 하나님 나라가 선포되는 곳마다 하나님의 영광이 임재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왕의 기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치유 역시 왕의 기도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성경에서 예수님뿐만 아니라 사도들도 이러한 선포를 사용한 예들이 있음을 본다(행9:40, 요11:43). 그래서 그는 치유가 분명한 하나님의 뜻임으로 하나님의 치유하시는 능력을 믿고 담대하게 치유를 선포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왕의 기도에 반대하는 자들의 비판은 무엇보다 선포를 해도 낫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때때로 하나님께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병과 고통이라는 십자가를 통해서 더 많은 영적인 질병과 교만과 방종을 치유하시고 영적 성숙의 밑거름인 겸손과 인내를 배양하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적만을 위주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전도하는 일은 하나의 영광의 신학과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보다는 초자연적 능력을 행사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 나가는 말:
손기철 박사의 하나님의 나라와 치유사역은 전체적으로 볼 때, 초대교회의 사건을 재현시키려는 열정적인 메시지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이를 반복적으로 구현시키려는 사건과 시도들이 세계 곳곳에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논찬자는 먼저 오늘날도 사도행전적인 이적과 기사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개연성과 가능성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요컨대 현대교회가 머리 잘린 삼손처럼 능력을 잃고 말라빠진 교조주의로 전락할 때, 새로운 성령의 역사와 운동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되새겨야 한다. 그러나 손기철 박사의 메시지는 용어나 설명에 있어서, 기존의 신학적 범주를 떠나서 다른 신학적 개념을 남용함으로써, 또 하나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