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잠실에서 열린 신천지 평화 행사를 밀착 취재해 2016년 9월 19일 보도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교주)이 지난 9월 18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만국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2014년 첫 만국회의 이후 2년만에 열린 것으로, 서울과 수도권, 대전과 대구, 광주, 부산 등에 흩어져 있는 전체 신도들이 집결하는 자리였다. 신천지 측은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위한 평화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CBS는 이만희 교주 찬양, 기저귀 착용을 비롯한 각종 지령, 바코드를 동원한 까다로운 신분확인 등 마치 북한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카운트다운 후 신천지의 위장단체라고 알려진 국제청년평화그룹(IPYG)과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참가자들이 경기장 트랙을 도는 것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행사에서 이만희 총회장은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대표로, 김남희 압구정신학원장은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대표로 소개됐다.
평화행사에서 군대식 의례에 총회장 추켜세우기...어린이까지 동원
이만희 교주와 김남희 씨가 등장하자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만희 교주가 북을 울리자 의장대와 취타대가 나와 행진했다. 이어서 신천지 지파별 입장 퍼레이드가 계속됐는데, 신도들은 각 지파를 상징하는 색깔의 체육복을 입고 ‘우로 봐’ 구령에 맞춰 이만희 총회장과 지파장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CBS는 이에 대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나 볼 수 있는 열병과 '우로 봐' 경례를 평화를 위한 집회에서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입장 퍼레이드가 끝나고 이어진 카드섹션 시간에서는 전쟁 이야기로 시작해 세계평화를 이루는 ‘평화의 사자’라는 이만희 교주를 찬양하는 내용을 보여주며, “평화의 사자 이만희 교주는 전쟁 없는 평화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강조했다. CBS에 따르면, 1만 여명의 신도들은 기계적으로 카드섹션을 해냈는데 카드동작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연습을 해 온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행사 장소에서는 어린이들이 이만희 교주와 김남희 씨 앞에서 춤을 추며, 이만희 씨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어린이들은 IWPG 유니폼을 입거나 색동옷을 입고 군무를 추거나 노래를 불렀는데, 이는 북한 어린이예술단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한편 이만희 교주는 이날 행사에서 “자신들이 만든 ‘전쟁종식 국제법’을 각국 대통령과 종교인들이 서명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하며, 자신이 세계평화 실현의 적임인물이라는 것을 자처했다고 한다.
남녀 화장실 서 기저귀 무더기 발견
신천지 신도들이 행사 내내 사용했던 남녀 화장실 곳곳에서 기저귀 뭉치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CBS에서 확인한 결과, 신천지 신도들이 본부로부터 행사를 위해 기저귀를 착용하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내용은 신천지 지파 본부에서 신도들에게 전달한 만국회의 참석 지침에 포함돼 있다. 기저귀와 관련한 내용 중에서는 기저귀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 성인용 기저귀를 1천원에 판매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2014년도 신천지 만국회의에 참석했던 탈퇴자 A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수치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탈퇴자 A씨의 말에 따르면, “2년 전 행사에서도 동일하게 기저귀를 착용하라”고 했고, “자리를 비우면 빈자리가 생겨 카드섹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하며 물도 마시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탈퇴자 B씨는 “카드섹션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동원되는데 정말 불쌍하다”고 말했다.
“그냥 평화행사라고만 말하라” 지시
CBS에 의하면 신천지 본부는 내부 지침을 통해 만국회의가 신천지와 관련된 행사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 취재진이 행사 시작 전 잠실역이나 경기장 주변에서 안내를 하고 있던 안내원 B와 C에게 행사 주최에 대해 물었을 때, “평화행사”라고만 답변했고, “HWPL이라는 단체가 전쟁종식이나 세계평화를 기념해서 하는 것”이라고 하며 신천지란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고 한다. “세계평화를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됐지만 이만희 교주를 우상화하는 작업이 행사 속에서 나타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