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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목회자의 10여년 교회 개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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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목회자의 10여년 교회 개척기
  • 정윤석
  • 승인 2017.09.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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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왕국을 이 땅에 세워가는 ‘킹덤처치’
▲ 세상의빛교회 담임 이종필 목사

대형교회 두 곳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던 이종필 목사(46세, 예장 합동, 생명의빛교회 담임)는 2006년도에 개척을 한다. 10명 중에 1명이 성공한다는, 아니 100개 중에 1개만 살아 남는다는 개척교회를 시작한 것이다. 이 목사는 대형교회 부목사 사역을 내려 놓고 왜 그토록 어렵다는 개척을 생각하게 됐을까? 2017년 8월 30일 생명의빛 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목사는 부목사 시절 자신의 사역 대상이었던 젊은이들이 교회의 도덕적 문제에 시험을 받고 떠나는 모습을 목도했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목회자도 열심을 다해 목회하고, 성도들도 열정을 다해 헌신하는데 왜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걸까?’ 호랑이 굴에 들어가 그 답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개척 전 1년 동안 가정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이 목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도회를 통해 개척 멤버까지 정해졌다. 재정이 중요했지만 이 목사가 그보다 더 중요하게 본 것은 목회 철학과 비전을 함께 할 수 있느냐였다. 목회철학과 비전을 공유하지 않으면 교회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거나 어려움이 닥칠 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목사는 지하교회 10여년 담임을 하면서 목회철학과 비전을 공유한 멤버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든든한 우군이 됐다고 고백한다.

현실적 문제도 외면하지 않았다. 재원이었다. 이 목사는 “교회 개척자는 최선을 다해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고 그 교회가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필요한 재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척을 하면 재정적인 압박 때문에 비전을 바라보는 눈이 흐려진다”고 지적한다. 이 목사는 개척기간과 초기 1년 반 정도는 후원의 은혜를 누렸다고 말한다. 이 목사는 이런 재정 충당이 하나님의 소명을 확인할 수 있는 ‘외적 조건’이라며 무시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 목사는 자신의 개척지를 다른 곳도 아닌, ‘개척교회의 무덤’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으로 정했다. 그의 교회는 서울 교대역 4번 출구에서 가깝다. 젊은이들의 문화 중심지인 강남에서 멀지 않고, 수많은 젊은 직장인들이 꿈을 펼치는 곳이다. 더불어 15분간 차를 타고 가면 이태원이다. 세계 각국으로 가지 않아도 세계인을 만날 수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 그는 언어의 재정립부터 시작했다. 먼저 복음이다. 이 목사는 ‘복음은 간단한 게 아니다’고 말한다. 복음을 간단하게 요약해온 한국교회의 정서와는 다르다. 그는 “복음은 ‘예수를 믿으면 죄가 사해져 내세에 천국에 간다’는 식으로 간단히 요약될 수 없다”며 “복음은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그를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새로운 세상이 실현된다는 소식”이라고 전한다.

찬양에 대한 개념도 다르다. 이 목사는 “찬양의 초기 형태는 창 1:28이다”며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는 하나님의 통치의 대행자로 살아가는 게 찬양이다”고 말한다.

▲ 10년 전 ‘개척교회의 무덤’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에 세상의빛교회를 세운 이종필 목사

“고상한 음악을 만들어 내고 교회를 콘서트 홀로 만들어 찬양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성경에서 가장 많이 비판하는 게 ‘제사’ 아닙니까? 하나님께 드리는 진정한 제사는 짐승 잡는 게 아니고 선을 행하고 나눠주는 겁니다. 찬양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찬양의 개념을 바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게 최고의 찬양입니다. 찬양을 노래로 개념화하면 그건 그레고리 교황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겁니다.”

회개에 대한 개념에도 그는 도전한다. 교인들의 회개는 고해성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성직자에게 하지 않을 뿐 고해를 하는 내용은 똑같다는 지적이다. 인지적 개념으로서,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를 회개하고, 시간적 개념으로서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죄를 언급해야 참된 회개인 줄 안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게 진정한 회개라는, 재개념화가 이 목사의 킹덤처치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재개념화를 했을 때 기존 교회의 시스템이 도전 받기 때문에 전통적 교회에선 이 목사가 말하는 새로운 ‘킹덤처치’ 운동은 뿌리 내리기 어렵다고 한다.

이 목사의 세상의빛교회는 삼무(三無)교회로 불리기도 한다. 새벽기도, 주일오후예배, 성가대가 없다. 주일 오후 예배는 소그룹 모임으로 대체했고 각종 교회 봉사를 할 시간을 쪼개 실제 손길이 필요한 공동체에서 봉사토록 했다. 세상의빛교회와 연결된 기관들은 장애인 시설인 주사랑공동체, 독거노인을 돕는 사역 단체인 세움공동체, 그리고 샘물지역아동센터 등 세 곳이다. 세상의빛교회 성도들은 주일 낮 12시에 2부 예배를 드리고, 오후 1시 20분부터 식사와 소그룹을 이어가고, 오후 3시쯤 소그룹 예배를 마치면 봉사 사역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주일에 예배와 소그룹과 봉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목사의 세상의빛교회 사람들이 모이기는 할까? 개척한 지 10년, 교회 성도가 몇 명인지 이 목사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천하는 ‘킹덤처치’가 되고자 한다는 점 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그의 교회 개척기와 목회 철학과 실천은 새로 출간한 <킹덤처치>에 잘 나와 있다.

▲ 40대 목회자의 10년 개척 과정을 담은 킹덤처치(아르카 출간)

이종필 목사는 연세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논문 ‘도심 지역에서의 건강한 교회개척’)를 취득하였다. 저서로는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구약관통>,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신약관통>(넥서스 CROSS), <하나님 나라 제자훈련>(목양), <킹덤처치>(아르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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