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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한센인 돕는 함춘환·김성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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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한센인 돕는 함춘환·김성혜 선교사
  • 정윤석
  • 승인 2018.11.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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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종합 대학(UKCW) 통해 다음 세대 리더 세우는 꿈 키워

그도 몰랐다. 선배가 준 설교 테이프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줄은. 함춘환 선교사는 SK맨이었다. 모태 신앙이었지만, 대학교 다닐 때는 노느라고, 직장을 다닐 때는 술자리에 참석하느라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SK에 근무를 했는데 1989년도에 인도네시아 SK지사로 발령을 받게 됐다. 기쁘게 갔다. 늘 신앙을 강조하는 부모님 품을 떠나 인도네시아로 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인도네시아에서 함 선교사는 부모님의 눈치를 볼 것 없이 마음껏 인생을 즐기며 살았다. 선배가 준 테이프를 듣기 전까지는.

▲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마을에서 한센인들를 섬기고 있는 함춘환 선교사에게 의족이 불편하다며 새로운 의족을 요청하고 있는 한센 환자. © 크리스찬리뷰

그의 대학 선배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설교 테이프를 주면서 꼭 들어 보라고 했다. 그냥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설교를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를 꼭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지만 늘 체크하는 걸 견딜 수가 없어서 예의상 어쩔 수 없이 설교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다. 그냥 건성으로 설교 테이프를 들었는데, 어느 순간 설교 말씀이 화살로 변해서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하나님의 말씀이 영혼과 골수를 쪼개는 느낌처럼 다가왔다. 설교를 듣고 그는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때가 찬 것이다. 아내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함 선교사가 신앙을 갖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왔었다. 가족들의 간절한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했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기도생활을 시작했다. 한참 기도한 거 같은데,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도대체 1시간씩 기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너무도 궁금했다.

▲ 서울 상도교회에서 설교하는 함춘환 선교사

그날부터 자카르타에서 4년 6개월 동안 아내와 함께 매일 교회에 가서 철야기도를 했다. 이제 기도는 그의 습관이 됐다. 기도하는 중에 인도네시아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 가슴에 남았다. 돌무더기에 정령이 있다고 생각해 동물을 죽여 피를 뿌리며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 죽은 사람의 관 위에 말의 심장을 꺼내서 저승길 친구 삼으라고 던져 주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한센인 마을을 방문하여 주민과 인사 나누는 선교팀 일행 (함춘환, 김성혜 선교사 부부와 호주맥켄지한센선교회 선교목사로 현장을 찾은 정지수 목사(오른쪽 2번째) © 크리스찬리뷰

그가 사역하게된 자카르타의 한센인 마을과 숨바섬은 더 심했다. 한센인들은 하루종일 구걸하러 다닌다. 그러면 한화 2천원에서 3천원 정도를 번다. 거리의 한센인들을 함 선교사 부부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물을 주고 약을 주고, 기도를 뿌리고 심는다. 부인 김성혜 선교사의 인도네시아어는 수준급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빠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살았고 자랐기 때문이다.

▲ 한센인들과 안쫄유원지로 소풍을 떠나기 전 반장 언니로 불리는 한센인과 김성혜 선교사(왼쪽)가 포즈를 취했다. © 크리스찬리뷰
   
▲ 인도네시아의 한센인(사진 함춘환 선교사 제공)

“밥 먹었어요?” 김 선교사의 말 한마디에 한센인들은 “오늘 구걸하지 못하면 먹을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힘들어 한다. 하루살이 인생, 내일도 없고, 오늘 먹을 양식만을 위해 사는 인생들에게 함춘환·김성혜 선교사는 오늘도 찾아간다. 인도네시아의 한센인 마을엔 2천여명이 몰려 살고 있다. 다리가 잘리고, 곪고, 상처난 한센인들, 모든 사람들에게 버림 받은 것만 같은 그들을 함 선교사 부부는 찾아가고 안아주고 기도한다. 함 선교사는 “아내가 스스럼없이 한센인들을 안고 기도하는 걸 보고 너무도 놀랐다”며 “‘냄새나고 더럽지 않느냐’고 하자 ‘그들도 하나님의 형상 대로 지음 받은 사람들,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듣고 많은 도전을 받았다”고 말한다.

▲ 5만 달러의 놀라운 기적을 이뤄낸 전세비행기 이륙 직전. ©함춘환

한센 사역과 더불어 인도네시아의 낙후된 숨바섬도 2004년부터 찾아갔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의 꿈은 따스한 쌀밥을 한그릇 먹는 것, 어른들의 소망은 ‘의사로부터 제대로 된 진료를 받는 것’이다. 너무도 가난해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곳에 함 선교사는 오륜교회 의료 선교팀과 협력해서 의료 선교를 계획했다.

▲ 시타날라 마을회관에 모인 한센인 자녀들과 한센인들이 문화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자리를 가득 채웠다. © 크리스찬리뷰

69명의 의료팀과 선교사들이 대거 숨바섬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발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런데 공항에 갔더니 비행기가 없다고 항공사는 일방적으로 취소를 해버렸다. 국내선 비행기 예약이 이중 삼중으로 되어 있어 예약 승객이 넘쳐나자 항공사 측은 자기들 마음대로 단체 예약을 한 함 선교사 팀의 표를 취소시킨 것이다.

공항 바닥에 의료팀은 바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항공사 직원이 다가와 무슨 일인지 묻자, 사정을 얘기했더니 비행기를 전세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비용이 5만달러가 든다는 것이었다. 함 선교사는 대기업에서 비즈니스를 했던 사람이다.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5천불이면 교회 1개를 세우고, 5만불이면 10개를 세울 수 있는 돈인데, 꼭 이 비행기를 전세내서 가야 할까.’ 아내 김성혜 선교사는 달랐다. 빚을 내서라도 5만불 짜리 전세 비행기를 빌리고 반드시 숨바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인간적으로 무모해 보이는 5만불짜리 전세기를 이용해 숨바로 의료 선교를 간 게 의료선교의 시작이 됐다.

함 선교사는 인간의 경제학과 하나님의 영혼 사랑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체험한 순간이었다고 한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께서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는 건, 경제원리로는 맞지 않는다. 사랑만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함 선교사는 물질, 시간, 모든 걸 뛰어 넘어 영혼 살리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체험한 때로 숨바섬에 전세기를 타고 간 날을 꼽는다. 이곳에서 의료선교를 시작해 지금은 14년째 섬기고 15개 마을에 교회가 세워질 정도로 사역하고 있다.

▲ 호주맥켄지한센선교회와 협력사역을 하고 있는 함춘환·김성혜 선교사 부부(왼쪽)의 사역지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한센인 마을을 방문한 본지 권순형 발행인과 정지수 영문편집위원(오른쪽). <2018.4.> © 크리스찬리뷰

함 선교사는 기독교종합대학을 통해 다음세대 양성을 위해서도 투자하고 있다.

“제가 철야기도를 하고 있던 중 인도네시아 현지인 목사님으로부터 ‘말랑’(Ma- lang) 지역에 있는 Universitas Kristen Cipta Wacana (UKCW)라는 기독교 종합 대학이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가정을 포함해서 여섯 가정이 함께 기도하고 있었는데 여섯 가정 모두가 동의해서 그 기독교 종합 대학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함 선교사는 “말랑에는 종합 대학만 50개가 있는데 그 중에 48개 대학이 이슬람대학”이라며 “오직 UKCW만이 기독교 대학으로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데 저는 이 대학교를 인수해서 운영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고 믿음으로 인수 절차를 밟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이 대학은 처음 인수할 때, 부채를 안고 있었지만 학비를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하며 300여 명의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종합대학이 됐다고 설명했다.

함 선교사가 인수한 UKCW는 일반 4년제 종합 대학이다. 기독교대학교이기 때문에 기독교 과목을 가르칠 수도 있고, 자유롭게 예배를 드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이슬람 대학교들과 경쟁을 하기보다는 한국어학과, 음악과 그리고 IT학과 등 특성 있는 전공 과목을 가르쳐 학생들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 강한 나라여서 저희와 같은 기독교 대학들을 대놓고 핍박합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저희 대학이 없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도 해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 대학을 통해서 인도네시아를 변화시킬 하나님의 사람들이 키워지기를 기대합니다.”

▲ 설교 후 담소를 나누는 함춘환 선교사와 최승일 목사

호주맥켄지한센선교회(이사장 최승일 목사)와 협력 선교를 하고 있는 함 선교사는 2018년 11월 11일 상도교회 오후예배에서 ‘우리를 보라’는 제목으로 간증하며 자신이 하는 사역에 대해 설명했다. 함 선교사의 꿈은 한센인 사역과 인도네시아의 다음 세대 사역 속에서 힘차게 자라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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