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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바닥 목회’를 원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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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바닥 목회’를 원하셨어요”
  • 정윤석
  • 승인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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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국인근로자선교회 유해근 목사

 

▲ 외국인 선교는 새로운 선교모델이라고 말하는 유해근 목사.
유해근 목사(42·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담임)에게 ‘고난’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유 목사 자신이 고난을 직접 경험하며 사역자로서 거듭났기 때문이다.

1993년도에 태어난 둘째 아들이 정신지체아였다. 큰 고통을 겪으며 유 목사는 어려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경상도 상주로 내려갔다가 다시 경기도 안양으로 올라오는 등 불안한 생활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눈이 점차 안 보이다가 실명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왼쪽 눈도 시력을 잃어갔다. 유 목사는 “고난이 나를 꽤나 아프고 절망하게 했지만 결국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됐다”고 고백한다.

방황·원망의 세월 보내

“처음에는 ‘하나님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라며 방황하고 원망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을 바꿔 보았어요. 고통을 통해 하나님이 뭔가 말씀하고 계시다라는 거였어요. 하나님께 묻고 묻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어렴풋한 깨달음이 왔어요. 자신을 낮추고 ‘바닥’에서 목회를 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인도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유 목사는 자신의 목회를 당당하게 ‘바닥목회’라고 부른다.

유 목사가 말하는 바닥목회는 현재 1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서울 외국인근로자선교회(외국인선교회)에 등록한 외국인 근로자는 2천여 명. 주일에 나오는 사람도 2백에서 3백여 명에 이른다.

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유 목사는 외국인선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하게 됐다고 말한다. 유 목사는 “외국인 근로자 선교하면 ‘구제’와 ‘인권개선’ 두 가지로 국한해서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선교회의 근본적인 목적은 선교 자체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목사는 1994년 11월에 자신이 세례를 준 한 외국인 근로자를 잊지 못한다.

외국인선교회를 통해 복음을 듣고 기독교로 개종한 근로자가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선교회를 찾아왔다. 세례증서를 달라는 것이었다. 이 노동자는 “한국에 와서 돈을 번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를 만난 것”이라며 “고국에 돌아가서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예수 믿고 세례받은 사람이라는 증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것이다.

유 목사는 이를 계기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단순히 구제와 인권의 차원에서 바라보던 시각에서 선교라는 시각으로 전환하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내게 영적 풍요로움과 순수함도 제공해 주었어요. 우리는 함께 사는 것이지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오히려 많은 것을 얻는다는 고백이다.

조급한 결실기대 금물

유 목사는 늘 선교의 포괄성에 대해 잊지 않는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조급하게 기독교인으로 만들기 위해 덤벼드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선교회에 이란 사람들 12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한 상태인데 이들에게 기독교인이 되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베푸는 모든 것은 선교라는 개념을 갖고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그들을 만나야 한다는 얘기다.

“아픈 자를 치료하는 건 의료 선교고, 배고픈 자에게 급식하는 것은 급식 선교에요. 잠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잘 곳을 제공하는 것,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 사람에게 그것을 마련하는 것, 공부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가르치는 것,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베푸는 모든 것이 선교입니다.”

유 목사는 포괄적이고도, 직·간접적인 선교 프로그램을 통한 접근이 과거의 구태의연한 선교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 외국인 근로자들은 저절로 들어온 물고기나 다름없는 좋은 선교 자원이다.

그의 선교 전략은 외국인선교회를 통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일이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각자의 문화에 맞는 영어, 인도, 이슬람권, 몽골인 예배를 드린다. 외국인 노숙자 쉼터를 통해 급식과 이발·미용 서비스를 하고 실직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선한사마리아인의 여인숙을 만들어 그들을 돌보고 함께 살아가기도 한다.

재한몽골인학교도 세워 놓았다. 다른 외국인 근로자와 달리 몽골인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입국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외에도 유 목사는 2001년에 개원한 몽골 문화원(원장 이정길 목사)을 통해 몽골에 단기 선교를 가려는 사람에게 몽골의 정보를 알려주고 국내에 들어온 몽골인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주민체육센터 건립을 위해 서울 광진구청과 논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도 애쓴다.

새로운 선교 모델로 부상

유 목사는 10여 년 동안 외국인 근로자 사역을 하면서 우리 삶의 정황이 크게 바뀌었음을 절감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외국인 근로자와 살아본 경험이 없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어요. 선교의 상황과 개념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선교의 모델을 외국인 근로자 선교를 통해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유 목사는 외국인 근로자 선교가 우리 시대에 가장 알맞는 선교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유 목사는 이 선교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선교인데도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이듯이 이끌어 주셨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이와 관련한 간증은 끝이 없을 만큼 많다. 감사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요즘 꿈에 부풀어 있다. 국내에서 선교한 근로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선교의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유 목사는 인터뷰 말미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발언도 잊지 않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다만 삼킬 뿐이죠. 그래도 눈물을 흘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본 적 있다면 그것은 눈물이 아니라 ‘피’라는 것을 한국인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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