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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이 ‘통일교 왕국’ 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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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이 ‘통일교 왕국’ 돼간다
  • 정윤석
  • 승인 200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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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부터 집회장·대학·실버타운 줄줄이 건축.경제적 이유 협조하는 교인 많아 대책시급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창시자: 문선명, 통일교)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인근 8백만여 평의 대지에 ‘통일교 왕국’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통일교 학교인 초종교신학대학원대학 신축 현장
통일교측은 지난 1999년부터 경기도 설악면 송산1리에 자체 교육 장소인 천주청평수련원과 집회 장소인 ‘천성왕림궁전’을 건립한 데 이어 각종 대형 건축물을 신축 중이다. 14층짜리 종합병원을 비롯해 초종교신학대학원대학, 교주를 기념하는 박물관, 숙박시설인 유스호스텔, 유료 실버타운 공사를 진행하는 등 수 백만 평의 송산1리 산자락을 포크레인과 불도저로 깎아내리고 있다. 심지어 통일교인들의 아파트까지 들어선다는 소문이 들려 “가평이 제 2의 신앙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악면교회연합회 총무 최기삼 목사는 “통일교 교주가 가끔씩 현장에 와서 공사를 독촉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통일교인들의 숙소가 생기고 각종 건물이 완공되면 가평은 통일교 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목사는 “‘통일교 공사 현장에 가서 일자리나 구할까’라고 말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통일교가 고용창출을 하며 주민들의 생존권을 틀어쥐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통일교 공사 현장 인근에 목회지가 있는 최덕규 목사(장락교회, 설악면교회연합회 서기)도 “통일교를 빼놓고는 지역경제를 논할 수 없어 교인 중에도 그들과 거래를 트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표면상으로는 기독교인이지만 생활을 위해서는 통일교와 손잡은 교인들이 제법 된다”고 털어놨다.

   ▲ 14층짜리 종합병원이 들어선 송산리 일대
이러한 통일교의 움직임 앞에 설악면교회연합회는 ‘대책’이라는 말조차도 못 꺼낼 지경이다. 무엇을 어떻게 대처할지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최덕규 목사는 “거대한 통일교의 세력 앞에 몇 곳 되지 않는 농촌 교회가 어떻게 대항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괴감마저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문선명통일교대책연구소 박준철 소장은 “경기도 송산리는 통일교의 천성산 성지가 있는 곳이어서 대규모 건축물이 들어서게 된 것”이라며 “지역교회와 관계기관들이 그대로 방치할 경우 통일교 왕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소장은 “건축물 허가과정을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환경부에 민원을 넣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통일교측 공사가 계속되는 송산1리의 주민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함달음 이장(64)은 “밤새도록 공사 현장의 소음이 마을 전체를 울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10여 가구 남짓한 마을 사람들이 서로 뭉치지를 않아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 이장은 “몇 년 전만 해도 100여 가구 살던 곳이 이제는 10가구 정도만 남았다”며 “이들도 곧 통일교측에 땅을 팔고 나가게 될 것 같다”며 고향을 등져야 하는 현실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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