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보리교회 박조준 목사(68)가 전격적으로 조기 은퇴를 선언해 담임목사 세습문제와 후임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던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18년 동안 이 교회를 담임해 온 박조준 목사는 10월 6일 주일 예배 광고 시간에 “지금까지 계속 생각해 왔던 것을 얘기할 때가 왔다”며 “올해까지만 국내에서 사역하고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후임으로는 미국연합장로교 소속인 토랜스교회의 이필재 목사가 내정되어 있고 박 목사는 내년 1월 5일(주일)에 이·취임 예배를 드린 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목회자 의결기관인 목양회와 교인협력기구의 승인까지 받아놓았다.
박 목사는 “내년이 새로운 목사가 부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라며 “원로목사로서 가까운 데 있으면 후임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고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또한 박 목사는 은퇴 후 미국의 세계지도력개발원에서 후배 목회자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박 목사의 은퇴 발표 후 갈보리교회에서 기자와 만난 성도들은 “너무너무 섭섭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가 숙여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보 정견 목사(교회 행정담당)는 “18년 동안 갈보리교회를 담임하시며 부채 없이 일궈 오셨는데 선뜻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은퇴하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목사님의 용단이 한국교회 세대교체의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덕진 집사(안드레선교회 총무)는 “개인적으로는 아쉽고 섭섭하다”며 “그러나 한국교회의 앞날을 위해서 귀감이 되는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박조준 목사 외에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며 조기 은퇴를 해 후배 목회자들에게 길을 열어 준 사례는 여럿 있다. 서울 신일교회 전우덕 목사는 “60세가 되면 조기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정년을 10여 년 앞 둔 1992년 후임 목회자를 세우고 자신은 원로로 물러났다.
전우덕 목사는 현재 개인 홈페이지(http://wooduk7.hihome.com/)를 개설했다. 이곳에서 자신의 목회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어서다. 또한 관악경찰서의 경목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 울산교회(담임 정근두 목사)와 부산 사직동교회(담임 김철봉 목사)도 후임 목회자에게 모범적으로 리더십이 이양된 케이스다.
자신이 개척한 교회를 뒤로 하고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롭게 개척한 목회자들도 있다. 서울 잠실중앙교회 담임이던 정주채 목사, 서울 영동교회의 박은조 목사, 동안교회의 김동호 목사가 현재는 각각 경기도의 향상교회, 분당샘물교회, 높은뜻 숭의교회를 개척했다.
정주채 목사는 “하나님의 교회에 대해 소유 개념을 갖고 ‘내 것’이라고 생각할 때 문제가 생기는 법”이라며 “목사들이 개인적 욕심을 버려야 하고 성도들은 한 목회자의 리더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때 한국교회가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우덕 목사의 후임으로 신일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권희 목사는 “세습 등 후임선정을 둘러싼 좋지않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담임 목사들이 후배를 양성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된다”며 “늘 퇴임 이후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