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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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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가
  • 정윤석
  • 승인 200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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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세미나, 무분별 축사 문제점 지적

 

6개월 전 실직한 40대 초반의 남자 ㄱ씨. 실직 이후부터 이상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잠자리에 누웠는데 자신의 속으로 예수님 같은 형체가 쑥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감당을 못하겠다”고 하자 그 형체는 다시 빠져나갔다. 이상한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주문인지 주술인지 모를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돼지고기는 물론 감자, 두부를 보면 사람고기처럼 보여 입에 대지 못했다. 기도하려고 눈을 감으면 온갖 성적 환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길거리의 광고판의 인물들이 덮칠 것 같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과연 ㄱ씨는 정신병적 증세를 갖게 된 것일까, 귀신들린 것일까?

한마음치유공동체(본부장 차준구 장로, 송탄신경 정신과, http://www.hanmaeum.net)가 1월 24일 ‘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갗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이러한 난제를 다뤄 주목을 끌었다. 주강사인 차준구 장로(온누리교회)는 ‘정신병과 귀신들림의 의학적 해석’, ‘정신병과 귀신들림의 감별 및 관리’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사람들이 귀신들렸다고 데려오는 환자들의 많은 경우가 정신병리적 현상을 보이는 환자들이었다”며 “귀신들림으로 오해받아 수년 동안 기도만 한다며 치료를 하지 않아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무척 고생하는 모습을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정기적인 약물치료로 회복될 수 있는 정신병 환자를 귀신들림으로 착각해 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기도원출입과 안수기도로만 해결하려다가 돌이킬 수 없는 정신장애로 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약물치료로 회복하던 신도가 “귀신들렸으니 약물을 끊고 기도하자”는 지도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신병적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정신병의 증상은 다양하다. “나는 마귀에게 잡혔다”, “내가 예수다”는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적 사고는 물론 이상한 환상·환청을 계속해서 보거나 듣는 인지기능의 장애도 정신병리현상의 범주에 포함된다. 귀신들림은 아니지만 귀신들림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포를 경험하는 ‘귀신공포증’도 있다. 광기 어린 행동이나 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경직성 장애도 존재한다.

차 장로는 “암이나 당뇨병 등 신체적 질병은 의사에게 맡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정신질환의 영역은 아직도 귀신들림으로 착각해 의사를 찾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무엇보다 정신의학과 기독교적 신앙을 겸비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귀신들림인지, 정신병인지 정확한 진단을 하고 치료방법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귀신들림이 분명히 존재하고 축사기도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전문가와의 상담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북 전주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김상기 목사(40, 예성)는 “목회현장에서 귀신들림처럼 보이는 현상이 있으면 경험적으로 추측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귀신들렸다’는 속단보다는 정신의학적 차원의 충분한 고찰과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한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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