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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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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 정윤석
  • 승인 2005.08.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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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색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8월21일, 새안산교회(김학중 목사)에서 ‘이희아 희망 콘서트’가 열렸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21)는 콘서트 장소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휠체어를 타고 교회에 들어선 그녀는 피아노 앞에도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야 앉을 수가 있었다. 키 103Cm. 선천성사지기형이란 장애가 그녀에게서 6개의 손가락뿐만 아니라 무릎 아래의 다리까지도 앗아갔다. 걸을 때는 무릎으로 걷는 셈이다.

분홍색 원피스에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입장한 그녀의 얼굴에는 많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웃음이 사라질 줄 몰랐다. 연주를 위해 피아노 앞에 앉은 그녀의 첫마디는 ‘할렐루야~’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보잘것없는 저에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도록 해 준 소중한 친구이자 영원한 주님이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찬송가 13장, ‘기뻐하며 경배하세’), 러브 스토리, 쇼팽의 왈츠 등을 연주했다. 연주 중간 중간 멘트도 곁들였다.

“이렇게 부족한 저에게 콘서트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두 손가락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살아서는 이런 저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실 것이고, 죽으면 또 하나님을 만나 신령한 몸을 새롭게 입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피아노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친구들과 희망과 기쁨, 용기, 감사의 마음과 하나님의 은총을 전하고 있는 희망의 전도사였다.

 

8월 21일 새안산교회(김학중 목사)에서 진행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의 희망 콘서트를 보기 위해 많은 안산 시민들이 모였다.  

 

이희아 씨는 강단을 둘러싼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며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교인들의 환호에는 손을 흔들어 답례를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그녀는 아기들이 ‘예쁜 짓’을 할 때처럼 손을 살그머니 포개서 얼굴 옆으로 가져갔다.

 

그녀의 얼굴에 언제나 미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나오는 뻘쭘한 표정(^^;;)

 

그녀는 한곡씩 연주를 끝마칠 때마다 다음 곡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신앙적 의미를 빼놓지 않았다. <러브 스토리>의 주제 음악을 연주하면서 "주님과 성도 여러분들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엮어 가시기 바랍니다"라는 식의 멘트를 한 것이다. 이런 언급은 클래식·세미 클래식 등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더욱 친근감을 줬다.

 

피아노 건반을 오고가며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4손가락들... 장애를 극복하며 희망차게 살고 있는 그녀의 마음에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낙천적인 성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피아노 학원을 다닐 당시 아이들로부터 '외계인'이라고 불렸다. 이 별명을 듣고 희아 씨보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어머니였다. 그런데 희아 씨의 어머니가 며칠 뒤 피아노 학원에 갔다가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된다. 아이들에게서 소외 받을 줄 알았던 희아가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서 '외계인 놀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마음에는 장애를 승화할 수 있는 어떤 능력이 있었나 보다.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도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그녀를 지금의 자리까지 키워 준 어머니 오갑선 씨(사진 위). "없는 손가락 갖고 걱정하지 말고 있는 손가락으로 어떻게 하나님께 영광 돌릴지 생각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끔찍해 보였던 딸의 손가락이 그 때부터 갓 피어오르는 '튤립'처럼 보였고,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덩이 그 자체였다.

 

이희아 씨와 어머니 오갑선 씨의 간증에 새안산교회 성도들 박수로 환호했다.

 

선천성사지기형이라는 장애속에서도 그녀는 야무진 꿈을 키워왔다. 어릴 적 꿈 중 하나는 팝페라 가수가 되는 것. 노래도 곧잘 불렀다.

 

그녀의 노래를 들은 새안산교회 김학중 목사가 그녀를 향해 “노래 앨범은 내지 마세요. 가수들 다 굶어 죽을 거예요”라고 조크를 던졌다. 이후 김 목사는 그녀와 함께 송명희 씨가 시를 쓴 '나'를 찬양했다. 그녀는 감동이 될 때면 피아노 건반에서 손을 떼고 손을 높이 들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자 이젠 그녀는 김 목사를 향해 "나보다 오히려 목사님께서 노래 앨범 내면 안 되겠는데요. 가수들 먹고 살기 힘들겠어요!”라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녀의 연주가 끝나고 새안산교회 교인들은 이희아 씨와 어머니 우갑선 씨를 향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를 부르며 희망의 콘서트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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