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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 교단 벽 넘어 "감격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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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 교단 벽 넘어 "감격의 만남"
  • 정윤석
  • 승인 2008.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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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합동·합신·기장 4천여 총대들 눈물로 참회

“총회 장소로 돌아가면 또 큰 소리 치고 싸울 거 아니에요? 우리 그냥 여기서 부둥켜안고 울며 기도하고 찬양하며 밤을 새워 은혜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주선교100주년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연합예배)의 사회를 보던 김삼환 목사(통합 새총회장)가 마지막 순서인 축도를 남겨 두고 발언을 했다.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만큼 총회는 시끄러웠고, 그렇기에 통합·합동·합신·기장 4개 교단이 엮어낸 연합 예배의 하모니는 더욱 달콤했다.

한국 장로교가 자유주의 신학의 문제,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견해 차이의 문제 등으로 4분5열한지 60여 년만에 처음으로 4개 교단의 총대들이 함께 모여 연합예배를 드렸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합동측 총회 장소인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1부는 찬양과 환영, 2부는 예배로 나누어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4천여명의 목회자·성도들이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분열에 대해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합예배의 절정은 2부 예배 막바지에 이르러 ‘참회의 기도’를 하면서부터였다. 이 참회의 기도는 ‘각본’에 없는 순서였다. 2부 축도가 시작되기 전 교회 연합의 상징성을 위해 4개교단을 대표하는 200여 총대들이 강단으로 올라왔다. 이 때 사회를 보던 김삼환 목사가 돌연 “물질만능·도덕적 타락의 시대에 교회는 상한 영혼을 치료하는데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120년 역사 동안 서로 분열하며 한번도 총회석상에서 자리를 함께 하며 예배를 드린 적이 없다”며 “우리는 이 자리에서 지난 허물을 벗고 참회하며 새 시대를 창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3가지 죄를 회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신사참배의 죄다. 김 목사는 울먹이며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는 죄를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저질렀다”며 “그 죄는 이 땅에 뿌리를 내렸고 그로 인해 우리들은 많은 환란과 징계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둘째, 교단 분열의 죄다. 김 목사는 “우리가 주님의 몸을 찢었다”며 “교회가 분열했던 죄가 세대, 지역, 노사,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 분열을 도래하게 했다”고 가슴아파했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부패다. 김 목사는 “우리들의 몸과 마음과 정신이 썩어가고 있다”며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가 그렇게 되지 못했음을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목에서 김 목사는 “앞에 나온 총대들은 죄가 더 많은 사람들이니 무릎꿇고 기도하자”고 말했다. 김 목사는 “주님, 제가 죽일 놈입니다”라며 회개했고 4천여 총대들도 소리를 지르며 신사참배의 죄와 교회 분열의 죄와 도덕적 죄를 회개했다. 참회의 기도 후 김 목사는 “교회가 회개의 터전에서 다시 일어나고 그와 함께 대한민국도 일어날 줄 믿습니다”라며 “초대교회의 열심과 야성을 회복하고 부르짖고 기도하며 생명바쳐 전도하고 첫사랑 회복하고 이웃을 넓은 가슴으로 품어 민족을 살리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라며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참회기도 전, 4개 교단 총대들은 ‘한국장로교회 제주 선언문’을 발표했다. 개인·교인·교계·우리나라·세계·하나님의 영광이란 6개 항목으로 나눈 선언문에서 총대들은 △고통받는 개인과 가정과 사회를 치료하고 건강한 인간의 삶을 구현한다 △목회자들과 교인들에게서 발견되는 사치향락을 반성하고 검소한 생활, 복음의 교훈을 성실하게 실천한다 △백개 이상으로 교단이 분열된 것을 회개하고 협력과 일치를 이룬다 △사회계층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주변국가들과도 일치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 △인류의 평화와 공영에 이바지 한다 △빈곤과 비극 가운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강을 주기위해 구체적으로 실천방안을 세운다고 결의했다.


이날 예배의 주제는 은혜의 100년, 섬기는 100년이란 주제로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참석 대상은 한국장로교 4개 교단 총대, 제주지역 4교단 소속 교회 목사·장로 등이었다. 주최측인 제주선교100주년 기념장로교연합 감사예배 준비위원회는 예배의 사회 축사, 격려사, 환영사, 기도 등을 교단별 인사로 적절히 안배했다. 격려사를 한 99세의 방지일 목사는 노구를 이끌고 강단에 서 또렷한 목소리로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하고 난 다음에야 믿음의 능력을 받게 된다”고 역설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신경하 감독회장은 “살다보니 ‘장로교회끼리 서로 연합할 때도 있구나’라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이 자리가 한국 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의 희망이 잉태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해 폭소와 함께 박수를 받았다.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축사를, 김용실 목사(대회장, 예장합동 직전 총회장)와 김영태 목사(대회장, 예장통합 직전 총회장)가 환영사와 대회사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부총회장 이덕기 목사가 대표기도를 드렸다. 설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그리스도인’이란 제목으로 최병남 목사가 맡았다. 연합기도는 김정서 목사(제주 영락교회)가 제주복음화와 세계선교를 위해, 최홍준 목사(호산나교회)가 한국장로교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강용규 목사(한신교회)가 민족의 치유와 통일을 위해,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가 나눔과 섬김, 생명과 평화를 이루는 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예배 직전에는 창작 뮤지컬 ‘선교사 이기풍’이 공연돼 총대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 찬양하는 새총회장들 우측부터 서재일 목사(기장), 김삼환 목사(통합), 최병남 목사(합동), 이선웅 목사(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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