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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에 대한 환상을 깨야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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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에 대한 환상을 깨야 성공합니다”
  • 정윤석
  • 승인 2009.12.14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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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루이스 박주은 사장


카페 루이스(www.cafelewis.co.kr)의 박주은 사장(37, 화평교회 집사)을 만나던 12월 10일, 서울에선 비가 내렸다. 카페 앞에 도착하자 진한 커피향이 코를 자극했다. 박 사장은 감색 스웨터의 수수한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박 사장은 대학시절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주변 어르신들이 “남자는 공대 나와야 한다. 그래야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해서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벽에 부딪혀야 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다. 대학을 졸업하고 모 회사의 마케팅전략팀에서 2년 동안 근무했다. 회사생활도 그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업무 때문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끝까지 가는’ 회식 문화가 그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회사에서 자신의 비전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경남 밀양에서 소매점을 하는 아버지 박성철 장로가 “장사를 해라”고 독려했다.

대리 직책을 앞에 두고 퇴사했다. 2004년 32살의 나이로 처음 커피점을 시작했다. 커피점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쉽게 보여서다. 그런데 이 사업에 손을 대면서 그는 큰 성공을 하지 못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좋지 않은 체인본사를 만났다는 것이다. 체인본사에 관련된 물품, 행사비등 들어가는 돈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이 커피점을 정리하면서 많은 손해를 봐야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재도전한다. 2007년 삼성동 포스코 오피스 상권에서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개설한 커피 전문점 카페 루이스 1호점을 연다. 카페 명칭은 박 사장이 좋아하는 곳의 이름을 땄다. 캐나다의 로키 산맥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히는 루이스 호수를 박 사장은 너무도 좋아한다.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곡으로도 유명해진 그 장소다. 카페 루이스로 이름을 정한 이유다.

카페 루이스를 열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주일은 무조건 쉰다는 것이다. 일부러 카페 개설의 장소를 오피스 밀집 지역으로 선택했다. 다른 가맹점도 이 원칙을 지키도록 했다. 이 지역에선 평일 장사는 됐지만 주말에는 장사가 거의 불가능했다. 자연스레 주일은 무조건 쉬는 원칙을 적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커피 맛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썼다. 마니아층을 상대로 한 커피 맛보다 보편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맛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가졌다. 가나,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브라질산 커피를 적정 비율을 섞으면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맛이 만들어졌다.

커피 맛 개발에 그의 전공도 적잖은 도움이 됐다. 화공학은 90%가 수학이었고 커피 맛 또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 좋은 맛을 발견해 갈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온도, 어느 나라의 커피를 얼마나 섞어야지 제대로 된 맛이 나는지, 그리고 갓 구은 커피를 일주일에 수·금 두 차례 로스팅하되 그 주간에 모두 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가격도 비싸게 책정하지 않았다.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이 대략 2천500원선이다.

커피맛과 가격 때문에 카페 루이스는 점점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나게 됐고 가맹점도 증가했다. 2007년 1호점 개설 후, 2008년 17개점, 2009년 현재 42개점이 됐다. 그런데 그에게 고속성장의 단꿈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작년 가을, 동업을 시작했다가 한달반만에 큰 손해를 보고 동업을 접게 됐다. 거의 사기를 당한 셈이었다. 아내 문은주 집사가 첫째 예인에 이어 둘째 예준을 출산했을 때였다.


재정적 압박이 극에 달했다. 직원들 인건비며 대출 이자며 모든 것이 연체됐고 17개의 커피점의 권리마저 통째로 넘어갈 위기에 봉착했다. 너무도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하나님, 4대째 신실하게 그리스도를 믿는 집안인데 제가 뭐가 잘못한 게 있다고 이리 큰 어려움을 주십니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박 사장이 생각지 못했던 방법으로 대출을 받게 하시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시고 사업을 번창하게 하신다. 6개월만에 대부분의 채무를 해결하게 하셨다. 그 어려움을 겪는 사이 가맹점은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이를 통해 그는 사업적으로나 신앙적으로나 훌쩍 커버린 자신을 보게 됐다고 한다. 어려움을 통해 기도하게 하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기도부탁을 하며 기도의 도움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했다.

현재 그는 교회 내 카페 개설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교회내 카페 개설의 경우 그는 철저하게 양질의 커피맛으로 지역 주민들을 섬겨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 문턱도 낮추고 지역 주민들을 섬기는 휴식공간으로서 교회내에 카페가 많아지고 있어요. 월세도 없고, 교인들이 봉사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절감되죠. 수익이 발생하면 지역사회를 돕고 구제하고 선교헌금을 하겠다고 해요. 다 좋아요. 그런데 지역 주민들의 입맛이 고급화가 되고 있어요. 2009년은 대한민국이 커피에 빠진 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커피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어요. 이왕 교회에서 카페를 하시려면 전문적인 바리스타 과정을 밟고 전문가들과 상담을 한 다음에 시작하는 게 좋아요.”

카페 루이스는 가맹점비를 500여 만원을 받는다. 다른 커피 전문점에 비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다. 특히 교회에서 가맹점 신청을 할 경우 300여만원만 받을 계획이다. 게다가 그 외 들어가는 보증금은 없고 인테리어 비용도 기본 인테리어만 관여하고 가맹점이 원할 경우에 다른 업체에서 인테리어를 할 수도 있다. 현재 가맹점 회원비도 없다.

그러나 박 사장은 앞으로 가맹점 수익중 일부는 가맹점의 이름으로 사회에 기부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해외 점포의 개설을 목표로 내년 연말에는 캐나다에 1호점을 낼 계획이다. 그는 커피맛에 관한한 외국인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는 유명 모 카페의 이름을 얘기하며 그곳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조언한다. 커피의 온도, 거품을 내는 기술 등 모든 게 초보적이어서다.


42개 점포를 가진 카페 루이스의 박 사장은 운영의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어낼까? 그는 역사책 마니아다. “역사를 통해 경영을 배운다”고 말할 정도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부터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이르기까지 그는 안 읽어본 역사책이 없을 정도다. 서가에 역사 책만 700여 권이 꽂혀 있다고 한다. 문화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밟고 있는 아내 문은주 집사와 함께 읽는 서적도 상당수가 된다.

성공하는 카페가 되려면? 그는 환상부터 깨라고 말한다. 비오는 날 창넓은 찻집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그러면 망한다는 게 박 사장의 지적이다. 그는 카페 개설을 위해 상담을 하러 오는 손님들에게 “사장님이 힘들여서 홍보하고 일을 하면 카페는 성공으로 향해 갈 것이고요, 환상을 갖고 점원들에게 가게를 맡기고 밤에 수금을 하러 가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하면 실패할 것입니다”라고 말해 준다. 그의 건강관리는 ‘걷기’라고 한다. 지하철역 3~4개역 정도의 거리는 웬만하면 걷는다. 선릉역에 위치한 사택에서 신사역까지도 그는 걸어서 출근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 루이스를 나왔을 때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는 내내 기자의 몸에서는 독특한 커피 향이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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