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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윤식 목사, 사과할 용기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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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윤식 목사, 사과할 용기는 없는가?
  • 정윤석
  • 승인 2013.06.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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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목사(평강제일교회 원로)가 올해 89살이라고 한다. 박 목사는 자신을 옭아맨 ‘이단’이라는 굴레를 벗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평강제일교회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고 있다. 말년을 좋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박 목사측의 모습은 이해가 간다.
 

▲ 경향신문 1994년 2월 19일자 기사

그러나 박 목사가 이단해제를 시도하기 전 최우선 순위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박 목사는 그걸 간과하고 있다. 박 목사의 진심어린 사과다. 이건 그의 인간됨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다. 물론 박 목사는 씨앗속임 등 핵심사상에 나타난 이단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돌이켜야 한다. 그러나 탁명환 소장의 살해 사건과 관련한 도의적 책임과 사과와 관련한 부분만 먼저 언급해 보고자 한다.

중년의 남자 한 명이 집 앞에서 칼에 찔려 숨졌다. 1994년 2월의 일이었다. 범인은 박윤식 목사의 운전기사였다. 살해당한 중년의 남자는 다른 사람도 아닌, 박 목사에 대해 이단 시비를 제기하던 탁명환 소장(당시 56, 국제종교문제연구소·현대종교 설립자)이었다. 박 목사가 이단이냐 아니냐, 누가 탁 소장의 살해 배후냐 아니냐의 여부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시시비비를 떠나 자신의 운전 기사가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해 박 목사는 당시 담임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도의적으로 유족들 앞에 사과하고 그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일교회 전 담임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논란이 교계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을 때였다. 삼일교회에 새롭게 부임한 송태근 목사의 공개적인 사과가 화제가 됐다. 송태근 목사는 삼일교회의 위임목사가 되는 2012년 10월 10일, 성추행 문제로 피해를 겪는 자매들에게 삼일교회 공동체의 책임자로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송 목사에게 도대체 사과해야 할 어떤 책임이 있을까마는 송 목사는 삼일교회에서 발생한 아픔을 마치 자신의 잘못과 책임으로 여기고 고개를 숙이는 선택을 했다. 이게 지도자된 인간으로서의 도리다. 송 목사의 사과 행위를 놓고 그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삼일교회 교인들 앞에서 전 담임자의 성추행 문제를 사과하는 송태근 목사

보스,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이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도자들이 책임지는 용기를 보일 때 사람들은 비난의 손가락질을 멈춘다. 단지 운전 기사의 범행이니까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박 목사가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비겁이다. 박 목사는 일반인이 아니라 소위 '목회자'다. 일반인과는 다른 차원 높은 도덕성과 양심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도 20년이 다 돼가도록 아직까지 탁명환 소장의 유족들에 대한 사과나 회복을 위한 박 목사의 조치가 아무것도 취해진게 없다니 의아하기만 하다.

박 목사가 만명 이상의 대형 단체의 담임을 지낸 목회자라면, 그리고 자신이 쓴 책자에 수십명의 권위 있는 대학 교수들의 추천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 있는 지도급 인사라면, 더 늦기 전에 20년전의 그 사건에 대해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심리적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건 그가 이단이냐, 아니냐의 여부보다 더 근본적이고 도의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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