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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유혹한 종말론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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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유혹한 종말론 1편
  • 정윤석 기자
  • 승인 2024.01.15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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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 적그리스도, 666=베리칩', 계속되는 종말론 전성시대

‘휴거’, ‘적그리스도’, ‘짐승의 표 666’ 등 세상이 곧 끝날 것만 같은 이야기가 교회 안에 흘러넘쳤다. 영화 상영도, 문학의 밤 연극도, 사람들의 주요 주제도 ‘세상 끝’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필자가 고등학생 때, 1980년대 중후반 정도의 이야기다. 같이 장로교회를 다니면서도 평일에 시한부 종말론자를 쫓아다녔던 고등학교 후배는 필자에게 “윤석이형, 이번 월드컵이 우리가 보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어요.”라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앞두고 비장하게 말했다. 그의 비장함과 치열함에 비하면 내 신앙은 정말 뜨뜨미적지근한 신앙처럼 보였을 뿐이다.

1992년 10월 18일 세상 종말은 이단 사이비로 분류한 다미선교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시 많은 교회들이 이 종말론 선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었다. 그래서 교회마다 연극, 영화, 책을 돌려보며 피안의 세계로 떠날 준비를 하거나, 휴거 소동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었다. 이제 그 소동이 일어난지 30년이 지나간다. 과연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종말론과 관련, 그때보다 조금더 나아졌을까?

필자에게 들어오는 상담 중 몇몇은 세상 종말을 주장하며 안데스 산맥으로 7년 대환란을 피해 한국을 떠난다는 가족들의 이야기, 피지가 도피처라며 이주한 신도들 이야기, 한국에 전쟁이 난다며 미국의 어떤 도시로 도주한 사람의 이야기 등 많은 수가 종말론 문제였다. 게다가 이스라엘 하마스간 전쟁까진 났다. 튀르키예 대지진이 일어났다. 세상은 지금 종말론 이야기로 다시 들끓을 조짐이다.


건강한 종말론이 우리 마음에 자리 잡아야 하고, 그렇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돼야 겠다는 생각에 팬을 들었다. 아무쪼록 독자들이 마음 편하게 역사속의 종말론 이야기에 동참하며 관찰자 입장에서 종말 사건을 살짝 들여다 보면 좋겠다. 종말론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일지 가슴 따스한 결론에 도달하면 좋겠다.

2천년 역사 속에서 ‘세상 끝’이 언제인가에 집착하는 종말론은 끊이지 않고 인류 역사와 함께 호흡해 왔다. 우리가 잘 아는 천재 수학자이자 과학자 아이작 뉴턴도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에 심취해 예수 재림이 일어날 시간을 계산해 내는데 열중했다. 그가 생각한 종말의 날짜는 2060년이었다. 탐험가 콜럼버스도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 1501년을 기준으로 세계의 종말이 대략 155년 뒤에는 온다고 봤던 종말론자였다.

종말론은 종교인뿐 아니라 과학자, 탐험가, 주식투자자, 예언자에 이르기까지 매우 관심을 갖는 주제다. 『군중의 망상』(2023, 서울: 포레스트)은 세계사에 나타난 종말론의 광기를 그린 책이다. 흥미롭게도 저자 윌리엄 번스타인은 신학자가 아니라 신경의학자이자 주식 투자 전문가다. 그는 역사속에서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매혹적인 서사를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세상의 종말’에 관한 소문이고 또 하나는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부자가 되는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세상 종말에 대한 소식에 공포와 두려움을 갖고 인생을 바친 사람들이나 누구보다도 빨리 거대한 부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소문에 인생을 저당 잡힌 사람이나, 신경의학자인 필자에게는 그 ‘광기’의 측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비쳤을 것이다.

하나는 신앙에 잇닿아 있다. 결국 이 땅의 마지막과 내세에 대한 소망과 꿈을 그린 사람들이다. 또 하나는 내세가 아닌 철저하게 이 세상에서 거대한 부를 얻고 떵떵거리면서 누구보다도 땅에서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상호간 매우 거리가 멀고 먼 부류의 사람들일 듯하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필자는 이 두 부류의 대중을 ‘광기’라는 하나의 테마로 엮어냈다.

실비아 브라운은 소위 말하는 예언자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신학자도 아닌 그녀가 쓴 책이 『종말론』(2010, 경기도: 위즈덤 하우스)이다. 아쉽게도 각주 하나 달리지 않고 참고문헌 하나도 소개하지 않아서 아쉽지만 2천년의 역사 속에 나타난 동서고금의 ‘종말론’을 한 두릅으로 흥미롭게 꿰어냈다. 그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영매이자 예언가로 활동하는 것을 아는 대중들이 수없이 많은 질문, “세상이 언제 끝나느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정리한 책이 『종말론』이다.

세계는 지금 격변 중이다. 전쟁, 질병, 전염병, 자연 재해가 끊이지 않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속된다. 그럴 때마다 극성을 피우는 게 ‘종말론’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전쟁과 전쟁, 난리와 난리의 소문이 유튜브라는 국경없는 콘텐츠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 콘텐츠까지, 사이비 종말론자들이 극성을 부리기 아주 쉬운 토양이 만들어지는 때다. 이러한 때 바른 종말론의 정리는 그 누구보다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그 어떤 교리보다도 깊이 있게 다루고 정리해야 할 주제이다.

세상 끝과 관련한 종말론은 2천년 역사속에 누구에 의해 어떤 사회적 환경 속에서 어떤 서사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들의 인생의 에너지를 빨아들였는지 서양, 동양, 한국편으로 나눠서 정리했다. 여기선 세상 끝과 관련한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시대별로 나열했기 때문에 각각의 종말론자들이 내세운 이론에 대한 변증과 반박은 될 수 있는대로 하지 않았다. 그런 변증이 없음에도 거두는 효과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 세상을 유혹한 종말 사건을 통해, 그리고 그 광기에 매몰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 끝’과 관련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인지 균형 감각을 키울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A=B다라고 콕 짚어서 얘기하지 않지만, ‘세상 끝’에 대해 건강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간다면 필자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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