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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예수’가 되자는 말 속에 숨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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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예수’가 되자는 말 속에 숨은 함정
  • 정윤석
  • 승인 2009.03.0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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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신화사상으로 가는 윤활제 역할 가능성



“우리는 작은 예수가 돼야 합니다!” 이 주장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통교회 목회자들 중에도 ‘예수를 따라야 한다’, ‘예수님을 본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성도들에게 ‘작은 예수가 되자’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성화의 차원에서 예수를 닮고 따라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다가 아예 ‘작은 예수’가 되자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2004년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다가 한 교회 유명 목회자가 “모든 그리스도인이 작은 예수가 돼서 일어나야 한다”고 설교하는 것을 들었다. ‘성화적 삶’, ‘그리스도의 대사(大使)로서의 삶’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작은 예수’가 되자는 말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기자가 비판 보도한 기독교한국침례회의 오성삼 목사(한우리교회)가 대표적이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것을 버리고 고치겠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사람이 하나님이 된다는 신화사상을 가르치면서 교묘하게 다른 말로 유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면서, ‘아, 저게 나구나’ 이렇게 보면 영생인데 독생자를 보면서 ‘아 저게 나구나’ 이렇게 봐야 한단 말예요. 그런데 이것은 신성 불가침 같지 않습니까? ‘내가 예수다! 할렐루야, 내가 예수다!’ 이러면? 이단이에요, 아니예요? 여러분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이단이에요 아니예요? 진짜로 어려운 말을 가르치는데···. 그러나 정말 너무너무 사실적인 얘기를 하는데, 여러분 자신이 다 예수예요

그래서 내가 옛날에 학생 때, OO학생 때 작은 예수들, 이것을 가르쳤어요. 작은 예수라고 가르쳤어요. 그런데 그 때는 모르고 들었잖아요. 그리고 이 말을, 내가 예수라는 말을, 그냥 이렇게 하면 이단이 되고 그럴까봐, 예수의 신이 들어왔다, 예수의 신이 들어왔다, 내 안에 예수의 신이 들어왔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뭡니까? 크리스천이에요, 크리스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내 안에 예수 신이 들어왔다 이 말이에요”(오성삼 목사, 2007년 7월 13일 금요일, 한우리교회 마리아모임)

결국 오 목사는 ‘작은 예수’라는 말을 정통교회 목회자들이 하는 의미와는 사뭇 다른 용도로 사용됐던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목회자들이 '작은 예수가 되자'는 말을 할 때 충분한 전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성도들에게 ‘나도 예수가 될 수 있다’거나 ‘예수와 인간 사이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거나 하는 말이 아니라는 전제를 충분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도들도 혹시 ‘작은 예수가 돼야 한다’는 표현을 들었을 때 오해를 하고 이 말을 듣지는 않았나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충분히 악용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잘라 말해 인간이 ‘예수’나 ‘그리스도’나 ‘하나님’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믿음으로 인하여 양자라는 신분적인 변화를 갖게 되는 것이지 예수님처럼 태초부터 하나님과 함께 있는 독생자가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요한복음 1:12 말씀대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우리가 곧 하나님이나 그리스도가 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들로 임명됨”은 그리스도와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부자관계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철저하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가 내가 되거나 내가 예수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작은 예수라는 말은 좀더 정확하게 ‘예수를 따른다, 본받는다, 예수님의 뜻대로 산다’는 표현으로 바꿔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승구 교수(국제신학대학원 대학교 조직신학)는 “‘작은 예수’라는 표현을 쓰는 목사님 중 예수님과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내가 예수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쓰는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좀 더 정확하고 성숙한 표현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작은 예수’보다는 ‘예수님을 본받는다, 닮아간다, 영적성장을 해야 한다, 성화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고 제안했다.

작은 예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없는 말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만일 악용될 수 있다면 ‘작은 예수’라는 말은 ‘사람이 하나님이 된다’는 신화사상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윤활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동방교회의 경우 믿음의 목표를 ‘Deification’으로 삼았는데 이는 ‘신화’라는 표현으로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서방교회에서는 이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에 ‘Sanctification’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Sanctification은 ‘성화’라는 표현으로서 죄와 더러움에서 분리되어 하나님을 향해 거룩하게 되어가는 것이란 의미다.

작은 예수가 되자는 말은 일부 목회자들이 설교를 하면서 많이 사용한다. 이를 굳이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성화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된다. 그러나 이 말이 오해의 소지를 낳기도 하고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다. 일선 목회자들이 좀 더 정확하고 오해소지가 없는 표현으로 바꿔서 말하는 것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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