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형 교수 “형량 감경 납득 안돼”, 조성현 피디 “피해자들 외로운 싸움 알아줘야”
성폭행범이 이끄는 한국의 사이비 밀교로 비판받아온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의 정명석 교주(80)가 여신도 성폭행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2025년 1월 9일 징역 17년 형을 선고받았다. 정명석 교주는 2018년 여신도 성폭행 등의 혐의로 출소한 후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또다시 다수의 여신도를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채로 재판을 받아왔다. 정 교주는 이번 판결로 법적 단죄를 받게 됐고 재판 후 그동안의 고통스러운 싸움을 해온 메이플 등 피해자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의 심경을 밝혔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홍콩 국적의 피해자 메이플(30)은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말 긴 싸움이었다. 이제야 정의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며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감격의 소회를 전했다. 메이플은 “징역 17년형은 내가 당한 피해와 상처에 비하면 짧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더 이상 새로운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녀는 JMS의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메이플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홍콩에서는 뉴스가 퍼지면서 직장 생활에 어려움도 있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났으니 이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김도형 교수 “형량 감경, 납득하기 어렵다”
기자회견에는 JMS 피해자를 꾸준히 지원해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연출자인 조성현 PD도 참석했다. 김 교수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던 정명석이 2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정명석 교주는 2018년 출소한 후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바로 성범죄를 저질러왔다”며 “성폭행범이 저지른 범죄의 증거가 하나 줄었다고 형량을 줄인 것이 말이 되느냐, 범죄의 본질을 보고 판결해야지, 증거 수로 형량을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종교로 인해 발생한 범죄에는 가중처벌하는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JMS와 싸우며 검경, 법조계, 의료, 예술계 그 어디나 JMS가 포진하지 않은 현실을 보며 섬뜩했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정명석이 17년형을 선고 받은 것 이외에 정조은 씨는 물론 그의 동생인 정범석 씨도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조성현 PD는 피해자들이 수년간 홀로 싸움을 이어온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우리 사회가 성범죄 피해자들을 얼마나 낙인찍고 외면했으면 외국인 여성이 나서서 싸워야 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지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여전… 빠른 수사 촉구
김 교수는 JMS 신도들에 의한 2차 가해가 여전히 극심하다는 사실도 전했다. "JMS 측에서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강요와 협박을 이어갔다“며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 10명의 재판이 대전지법에서 진행 중이며, 추가적인 수사와 재판이 필요한 사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해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지연되는 수사와 재판"이라며 관련 절차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아직 9명의 피해자가 남아 있으며, 이 중 7~8건이 충남경찰서에서 조만간 기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로 정명석에 대한 법적 단죄는 이루어졌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심리적·사회적 어려움과 싸우고 있다. 특히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이플은 마지막으로 "긴 싸움 끝에 여기까지 왔고,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니 앞으로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희망을 전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번 사건은 종교 지도자의 권력 남용과 그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며,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적·사회적 시스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JMS 교인협의회는 교인들에게 입장문을 공지하며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 교주를 향한 계속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협의회는 입장문에서 “정명석 목사님과 선교회를 향한 거듭된 ‘종교재판’에 강력히 항의한다”며 이번 판결이 부당함을 주장했다. 협의회는 정명석과 선교회의 사역이 지난 46년간 ‘개인의 자유와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기성 기독교의 문자주의적 신앙에서 벗어나 완전한 영적 사랑의 도를 가르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이 이러한 가르침을 ‘범죄를 정당화하는 교리’로 왜곡하고 해석했다고 비판했다.